이번 세기 마지막 남북 화합의 장이 된 통일농구서울대회는 새 천년 남북 체육 교류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송호경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농구 선수단은 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남북 단일팀 합동 훈련 이후 북한 선수들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을 찾아 현대 남녀팀과 체제를 넘어선 우정을 나눴다.

 특히 이번 대회가 북한의 요청으로 원래 예정됐던 내년 봄보다 앞당겨진 것이고 체육계 인사들의 잇단 방북과 활성화 조짐을 보이는 경제 교류 등 해빙 무드에서 치러져 새로운 세기의 남북 관계에 밝은 전망을 던져줬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도 이번 대회 개막식에서 『단순한 농구 경기가 아니라 남북 체육 교류의 시발점이고 남북 관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실제로 올해에는 통일농구대회를 계기로 남북 체육 관계자들간에 의미있는 접촉이 이어졌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김홍배 농구협회부회장이 9월 북한에서 북측 농구협회 관계자들과 남북 정기대회에 관해 논의했고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11월 방북, 2002년 월드컵 단일팀 구성과 분산개최에 대해 협의했다.

 지난해부터 월드컵축구 단일팀과 공동 개최 논의를 위해 방북을 시도했던 정 회장의 경우 9월 통일농구 평양대회 이후 방북에 성공, 통일농구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셈이다.

 또 남북한 선수들이 서로 장소를 바꿔가며 펼친 경기에서 민족의 동질감을 회복하고 나아가 팀간 교류뿐만 아니라 북한 선수 영입과 단일팀 구성 등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평양대회에서 북한 동포들은 현대 남녀팀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고 TV를 통해 경기를 본 남녘 동포 역시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화합과 친선의 분위기는 서울대회로 이어졌다.

 여기에 시기상조로 지적됐지만 리명훈의 한국 프로농구 진출과 농구 단일팀 구성 얘기까지 나와 새로운 세기의 첫 발을 내딛는 내년 남북 체육교류 전망은 장밋빛으로 채워졌다.〈연합〉

 한국 농구팬들은 세계 최장신 센터 리명훈의 위력적인 플레이와 평양 교예단의 화려한 공연에 한민족의 자긍심을 느꼈고 북한 선수단 역시 남쪽의 환대에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아 퇴색되고 있는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농구계에서는 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와 세계탁구선수권대회때 처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여자 농구팀이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와 북측이 협의했듯이 씨름과 배구, 배드민턴, 탁구 등 실내 종목의 활발한 교류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TV 생중계를 합의하고도 혼합팀 경기를 방영하지 않은 북한의 태도와 이익 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주도 등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왕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체육계 원로의 지적처럼 통일농구대회가 새천년 남북 체육교류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