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스위스를 여행하다보면 군복 차림의 젊은 군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일반 도로나 고속도로에서도 군용 차량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스위스의 특징 중 하나다. 영세 중립 국가로 평화를 상징하는 스위스에서 군인과 군용 차량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은 평화란 굳건히 지켜야 가능하다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스위스의 모든 성인 남자는 군 복무가 의무로 되어 있다. 영세 중립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자체 방어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스위스 사람들은 믿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지원병 체제를 택하고 있지만 스위스는 모든 성인 남자들의 군 복무와 예비군 훈련을 의무화하고 있고 총기도 집에 보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스위스 남성들은 군에서 보급되는 총기를 다락방이나 거실 또는 침대 밑에 두는 것을 자신의 의무이자 영예로 생각한다. 유사시에 즉각 총을 들고 출동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 같은 스위스에서 요즈음에는 총기를 집에 보관하지 않고 군 부대에 보관해야 한다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군 소유의 총기 뿐 아니라 민간인들이 소지하고 있는 모든 총기들을 등록시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기도 하다.

스위스의 자살률은 다른 유럽 국가와 비슷하지만 총기를 사용한 자살이나 살인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군에서 보급되는 총기들을 많은 예비역 군인들이 가정에서 보관하는 전통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중이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는 스위스의 또 다른 측면을 현장에서 보고 들으면서 세상은 정말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