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독일의 통일 직후 수도 베를린에 있는 페그라몬 박물관을 처음 찾았을 때 그 규모와 수장품의 방대함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토 확장시대에 독일은 유럽내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따라서 해외식민지 확보에 뒤진 독일은 세계 도처의 문화재 발굴과 반입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페그라몬 박물관에서는 헬레니즘예술의 정수인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소아시아의 유물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BC 150년경에 만들어진 페그라몬 제단은 승리를 기념하고 수호신인 아테네여신에게 바쳐진 것으로 규모가 엄청나고 보존상태 또한 완벽했다. 이같이 거대한 제단을 발굴하고 해체하여 독일까지 운반한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해외문화재 확보가 늦어져 보다 공세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독일은 1878년 고고학자 칼·후만과 베를린박물관 팀이 터키에서 대규모 발굴작업을 통해 많은 문화재를 베를린으로 가져왔다. 페그라몬박물관에는 로마시대의 '밀레투스', 바빌론의 '이시타르몬' 등 인류 문화재급 유물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베를린의 이집트미술관 역시 많은 문화재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집트예술의 대표작 '네페르티티'흉상은 미술관이 자랑하는 최고 걸작품으로 꼽힌다. 네페르티티는 BC14세기의 왕비로 클레오파트라를 능가하는 미인으로 꼽혀왔다. 바로 이 흉상이 이집트 당국을 속이고 빼돌린 사실이 최근 공식문서를 통해 확인되어 독일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1913년 고고학자 보르하르트가 흉상의 진가를 알아보고 이집트 관리들을 속여 독일로 몰래 가져왔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규장각 도서 반환문제가 계속 풀리지 않고 있는 우리입장에서 독일과 이집트가 국보급 흉상문제를 어떻게 타결할 지 관심거리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