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KBS 신임 사장이 2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TV공개홀에서 18대 사장 취임식을 갖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 독립성 확보 등을 약속하면서 대대적인 내부개혁을 예고했다.

   이 사장은 취임사에서 "KBS가 공영방송으로 출범한 지 35년 만에 첫 내부 출신 사장시대를 열었다"면서 "벅찬 감회와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부 개혁과 관련, "KBS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KBS는 지난 몇 년 동안 공정성과 중립성 시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특정 이해집단에 치우치는 방송은 KBS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위태롭게 할 것"이라면서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번째로는 "임기 동안 KBS의 공영성을 금과옥조로 삼아 나갈 것"이라면서 "일부 비판을 받아온 과다한 오락성과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독립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KBS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사회 이익집단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율을 의미하며 이는 재정 안정화가 가능할 때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므로 수신료 현실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송, 수신료를 더 내고 싶은 방송으로 만들겠다"면서 "수신료를 낭비하지 않는 조직구현을 위해 경쟁의 미학으로 KBS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이 사장은 "보다 효율적인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어디보다 더 강한 조직으로 바꿔가겠다"면서 "KBS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뼈를 깎는 고통분담도 마다하지 않겠으며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들이 방만경영이라고 지적하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개혁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해볼 계획"이라며 "지금까지는 적자가 나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지만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KBS에서는 경영합리화를 통해 적자가 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성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풍토를 정착시키겠으며 실질적인 권한을 본부장, 계열사 사장에게 위임해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반드시 묻고 저 또한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이사회에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사장은 사원들에게 "그동안 조직 안에서 빚어진 갈등들을 해소하고 조직의 화합과 안정을 통해 'KBS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면서 "사장으로서 공평ㆍ무사의 원칙을 지키고 편 가르기를 하지 않겠으며 직종 간 갈등도, 신구세대간 갈등도 이제 모두 씻어버리자"고 당부했다.

   이어 "팀제가 실시된 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야기되면서 조직과 구성원의 피로감이 두드러진 것이 현실"이라면서 "창의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과 절제가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병순 사장의 첫 출근은 일부 사원들이 저지에 나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는 등 순탄치 못했다.

   이 사장이 이날 오전 9시50분께 KBS 본관 앞에 도착하자 출근 저지에 나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측 40여 명과 이를 막으려는 청원경찰, 취재진이 뒤엉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청원경찰의 보호 속에 취임식이 열린 본관 TV공개홀에 입장했으며 이후 취임식장 출입이 차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