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4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국회 원구성 합의 도출에 또다시 실패했다.

   이에 따라 18대 국회는 임기 시작 77일째를 맞아서도 원구성 협상조차 타결하지 못하는 극심한 파행 사태를 이어가게 됐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협상 실패 뒤 `국회법 개정 및 상임위 정수조정안' 개정안에 대한 심사 기일을 18일 낮 12시로 지정해 각당 지도부에 통보, 당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김 의장은 담화문을 통해 "18일 12시까지는 반드시 원구성 협상을 끝내 달라"면서 "그때까지 타결이 안될 경우 불가피하게 국회를 살리기 위한 결심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창호 의장공보수석은 "18일 오후 2시 의장 요구로 본회의를 소집하겠다는 방침을 각당 지도부에 통보할 것"이라면서 "18일 오전까지 여야간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 의장은 더 이상 국회 공전 상태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일할 장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끝내 합의에 실패할 경우 18대 국회는 통과 제1호 법안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으며, 정국도 극심한 경색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18일 원구성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당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킨 뒤 19일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몫으로 확정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교섭단체)은 이날 오전 원내대표 등이 참여하는 연쇄접촉을 가졌지만 최대 쟁점인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에서 한나라당은 개정된 가축법 내용을 향후 체결되는 쇠고기 협상에만 적용하는 부칙을 신설,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협상 결과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런 부칙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무효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을 건드리지 못하는 상태의 가축법 개정은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여야는 또 수입금지품목인 SRM(특정위험물질)에 소장 끝(회장원위부)을 포함한 내장 전체를 포함해 수입 금지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에 한나라당이 통상마찰을 이유로 반대함으로써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편 쇠고기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총리실 등에 대한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한승수 국무총리 불참에 따른 야당의 반발로 또 다시 기관보고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당초 18∼19일로 예정됐던 청문회 일정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됐으며, 오는 20일까지로 예정된 국조특위 활동 시한 내 청문회 개최 여부도 극히 불투명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