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희(74) 씨가 실제 한나라당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정치권 인사들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라는 점을 내세우고 다니며 공천 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챙겼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 김씨가 통화한 청와대 인사는 `가정부' = 검찰은 김 씨가 청와대나 정치권에 실제 공천 로비를 벌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올 1∼4월 5천통에 이르는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분석했지만 김윤옥 여사나 청와대 관계자와 통화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김 여사가 40년간 고용해왔고 대통령 취임 뒤 청와대에도 따라 들어간 가정부 A 씨와 김 씨가 이 시기 통화한 기록이 10여 차례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이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다 고혈압으로 같은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고 A 씨가 김 씨에게 1천만원을 빌려주고 통장을 통해 주기적으로 이자를 받아 온 점 등에 비춰 이들 사이의 통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씨가 청와대를 드나들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벌였으나 청와대 출입기록에 김 씨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꾸준한 `공천장사' 벌여 = 김 씨는 청와대 등에 직접 로비를 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공천장사'를 시도해 이명박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작년 11월, 한나라당 인사에게 `공천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전인 올 1월에는 성당에서 만난 전직 국회의원 오모 씨의 부인에게 "노인회 추천으로 공천할테니 30억원을 달라"고 했다가 역시 거절당했다.

   정치권을 맴돌며 `먹이'를 물색하던 김 씨는 결국 1월말 김 이사장을 만나 거액을 뜯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내사가 진행되던 지난 6∼7월에도 공기업 감사가 되게 해주겠다거나 번듯한 기업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3명으로부터 2억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공천 비리 의혹만 검찰에 넘겨 기능을 제대로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검찰서도 허세 부려 = 대통령 인척임을 내세워 호가호위하는 김 씨의 태도는 검찰에 붙잡힌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할 무렵 자신을 조사하던 검사에게 "검찰청 냉방이 원래 이렇게 잘 안 되느냐. 내가 청와대에 얘기해서 시원하게 해 주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검사는 "첫날에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김 씨가 밖에서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수사가 시작되자 공범인 브로커 김모 씨를 만나 사건 은폐를 시도하며 "네가 다 뒤집어쓰고 들어가면 내가 빨리 해결해주겠다. 나의 장세동이 돼 달라"는 말까지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 김옥희 가족 검은 돈 `물쓰듯' = 김 씨 일가족은 그녀가 올해 초부터 받아챙긴 돈 30여억원으로 매우 호화로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아들과 손자에게 각각 1억원대의 벤츠 승용차를 선물로 안겼고 그의 아들은 어머니에게 받은 2억원을 위험성이 큰 외환선물에 투자했다 1억5천만원을 날리는가 하면 백화점에서 하루에 1천만원 어치를 쇼핑하는 사치를 부리기도 했다.

   계좌추적 결과 김 씨는 공범 김 씨에게 단 한 푼도 나눠주지 않았으며 가족과 함께 2월부터 불과 5개월 사이에 생활비, 개인 채무 변제 등으로 6억7천만원을 `물쓰듯' 했다.

   ◇ 남은 의혹 없나 = 검찰이 김 씨의 취업 사기를 새로 밝혀내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에 다소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씨가 제사 등 김 여사의 집안 일에 참여하며 가정부 A 씨를 알게 됐다고 조사된 점에서 청와대가 한결같이 김 여사와 김 씨가 소원한 사이로 서로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강조한 점은 설득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평도 나오고 있다.

   또 김 씨가 김 이사장에게 받은 30억3천만원 중 10억여원은 한나라당 공천 확정 때까지 김 씨의 계좌에 입금되지 않아 이 돈이 제3자에게 건너갔다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검찰은 "큰 돈을 보관하는 게 무서웠지만 집에 갖고 있었다"는 김 씨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하며 수사를 종결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