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들이 상속받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친일파 후손들로부터 상속 재산을 사들였던 제3자들이 귀속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판결이 나온 바 있지만 친일파 후손이 국가의 환수에 불복해 소송을 낸 데 대한 법원의 판단은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성지용 부장판사)는 14일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을 지낸 조중응의 후손들이 경기 남양주 일대의 토지 6천500여㎡를 국가에 귀속시킨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후손들은 "친일재산환수특별법에는 `친일파가 러ㆍ일전쟁 후 광복 이전에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얻은 재산으로 추정한다'고 돼 있지만 남양주 땅은 선대인 조씨가 해당 시기에 소유권을 재확인한 것일 뿐 실제 (일제강점기) 이전에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별법의 `추정' 규정은 해방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친일행위의 대가로 얻은 친일재산을 구별해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조씨가 한일합병 직후 친일행위 대가로 각종 이권과 특권적 혜택을 받은 점을 보면 이 땅 역시 조씨의 친일행위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후손들은 또 "친일행위와 무관한 재산까지 국가귀속 대상이 되면 재산권을 크게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후손들이 조상의 행적이나 보유재산의 취득 경위 관련 자료를 쉽게 수집ㆍ보관할 수 있어 친일행위의 대가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땅을 얻은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별법의 입법 동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친일파가 당시 친일행위의 대가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뒤늦게나마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결에 대해 친일재산조사위는 "광복 63주년이 되는 올해 8·15를 맞이하여 특별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살린 재판부 판결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더욱 친일과거사 청산의 핵심인 친일재산 국가귀속결정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