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태극전사들이 제63회 광복절을 특별한 각오로 맞는다.

   금메달 10개가 목표인 한국이 세계 톱10 수성 못지 않게 바라는 건 아시아 2위 복귀다
 
김정행 한국 선수단장도 지난 1일 베이징 도착 직후 "2회 연속 세계 10위 안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2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아시아 2위 탈환 관건은 라이벌 일본을 넘는 것. 공교롭게도 광복절인 15일이 극일(克日)에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수확한 금메달은 55개로 전체 20위에 해당한다. 반면 일본은 110개로 11위에 랭크돼 있다. 한국이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였던 1932년 LA 대회에 김은배와 권태하가 일장기를 달고 남자 마라톤에 나가 6위와 9위를 했고 1936년 베를린 대회에선 손기정이 일본 대표로 금메달을 따 한국인의 저력을 만방에 과시했다.

   1945년 광복 후 처음 참가한 1948년 런던 대회 때는 역도 미들급의 김성집과 복싱 플라이급의 한수안이 나란히 동메달을 획득했다.

   일본에 눌려있던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에서 금메달 12개로 일약 4위로 점프해 일본(금 4개, 은 3개, 동메달 7개) 추월에 성공했다. 올림픽 참가 56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이후 한국은 아시아 2위를 지켰으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종합 9위를 하고도 금메달 16개를 수확한 일본에 아시아 2인자 자리를 빼앗겼다. 16년 만의 패배였다.

   그러나 다시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베이징에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1964년 도쿄와 1988년 서울에 이어 아시아 대륙에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아시아 2위 복귀를 노리고 있다.

   한국은 대회 5일째까지 금메달 6개로 종합 3위로 올라섰고 일본은 4개로 7위에 랭크돼 있다. 두 개 차이여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양궁 남녀 단체전을 평정하고 `마린보이' 박태환이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작은 거인' 최민호가 남자 유도 60㎏급, 진종오가 사격 50m 공기권총, 사재혁이 남자 역도 77㎏급에서 값진 금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고 200m에서도 아시아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1932년 LA 대회 때 미야자키 야스지가 자유형 100m에서 우승한 뒤 없었던 아시아 자유형 우승 쾌거를 19세 소년이 해낸 것이다. 아시아 수영 강국인 일본으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양궁이 남녀 개인전까지 싹쓸이하겠다는 기세고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이 우승을 예약한 역도와 두 차례 이상 화려한 발차기를 다짐한 태권도, `금빛 우생순'에 도전하는 여자 핸드볼 등도 추가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수영 `간판' 기타지마 고스케가 평영 100m에서 2연패를 달성했고 유도 남자 66㎏급과 여자 63㎏급, 70㎏급에서 각각 맨 위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선수단의 일본 타도 성공 여부는 광복절 전후 중반 메달 레이스에 달려 있다.

   양궁은 14일 여자 개인전에 이어 광복절인 15일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쓸어담아 한국의 안정적인 아시아 2위 확보에 선봉장으로 나선다.

   다음 날(16일)에는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에 빛나는 장미란이 가장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릴 게 유력하다. 또 `종가' 미국과 개막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낚았던 야구는 같은 날 한.일 빅매치에서 승리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패배 설욕에 나선다.

   아시아 2강 굳히기는 태권전사들의 몫이다. 태권도는 대회 막바지인 21일 남자 68㎏급과 여자 57㎏급을 시작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반면 일본은 남은 유도 경기와 강세 종목인 여자 레슬링, 야구, 소프트볼, 아테네 대회 챔피언 노구치 미즈키를 앞세운 여자 마라톤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페이스로는 한국을 추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학교 사회교과서 해설서에 담아 분란을 일으켰던 일본을 뛰어 넘어 아시아 스포츠 2인자 자리를 되찾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