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정부가 일방적인 휴전과 함께 분쟁지역 내 철수를 선언했지만 러시아가 무력을 앞세워 오히려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려는 듯 무력시위를 하는 모습이다.

   또 국제사회가 민족간 갈등의 위험이 인근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유인책이나 압력수단의 효과는 불분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폴란드 등 외국인들도 속속 인근 국가로 피신하고 있으며, 남오세티야 주민 약 4만명이 피난길에 나서는 등 그루지야의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 무력 충돌 위기= 러시아가 휴전 제안을 공식적으로 접수하고도 공세를 멈추지 않자, 그루지야 내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그루지야 내무부 대변인인 쇼타 우티아슈빌리는 11일 "러시아 야포와 전투기들이 남오세티야 인접 도시인 고리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밤새 감행했으며 지상군도 탱크를 앞세워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5만의 고리는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65㎞ 떨어져 있으며, 동서 고속도로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확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그루지야의 휴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10일 지상과 해상에서 수 차례 전투를 치렀다.

   러시아는 흑해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그루지야 함정 1척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했으며, 러시아 전투기들이 10일 두 차례에 걸쳐 트빌리시 인근 지역을 폭격했다고 그루지야 관리들이 전했다.

   러시아는 일부의 그루지야 해상 봉쇄설을 부인하면서 자국 전함들은 흑해 항 기지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 피난 행렬과 외국인 소개= 정정 불안이 계속되지 남오세티야에서는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루지야 내 외국인들도 10일 본격적인 피난길에 올랐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남오세티야 주민 약 3만명이 러시아로 피신했고, 약 1만명이 그루지야 내 타 지역으로 몸을 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항공기를 동원, 그루지야 인근 국가인 아르메니아로 피해있던 자국 태생의 180명을 실어왔으며, 이탈리아 국적자 130~140명도 아르메니아로 피할 예정이라고 이탈리아 관영 ANSA 통신이 전했다.

   영국도 자국민들에게 서둘러 그루지야를 떠날 것을 촉구했고, 독일도 비록 분쟁지 밖이라도 철도와 항구, 군시설 등에 대한 폭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주요 항공사들도 트빌리시 운항을 중단했다.

   ▲ 국제사회 중재 움직임 분주= 유럽연합(EU)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사회의 중재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을 맡고 있는 프랑스의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장관과 OSCE 의장인 알렉산더 스텁 핀란드 외무장관은 모든 당사자들의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또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만나 중재안을 제시했다.

   독일 외무차관인 게르노트 에를러도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외무장관들이 현재 직접 접촉을 하고 있다며, 상관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이 두 장관을 한 자리에 앉도록 세계 주요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주초 모스크바를 방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그루지야 사태의 조기 종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