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만 주성치 참여 … 유머·감동 부족 아쉬워
주성치는 최근 만들었던 영화 <소림축구>나 <쿵푸허슬>에서 하나같이 일상 속에 녹아있는 쿵푸를 주장해왔다. 특히 <소림축구>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들이 쿵푸로 주차를 하고 버스를 타는 장면은 압권이다.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소림소녀>(감독:모토히로 가쓰유키) 역시 쿵푸의 대중화를 말한다. 대중 스포츠와 함께 하는 쿵푸를 이야기 한다. 이번 영화 기획을 주성치가 맡았고 <춤추는 대수사선>과 <사토라레> 등을 만든 모토히로 가쓰유키가 감독 자리에 앉았다.

중국을 넘어 일본에까지 쿵푸를 전파하려는 주성치의 '야심찬'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는 순간이다. 결과는? 글쎄….

영화는 소림권을 가르치는 무술학교에서부터 시작한다. 3천일 수행을 마친 수련인들은 각자 자신의 앞날을 그리며 그곳을 나선다. 주인공 '린'(시바사카 코우) 역시 이제 막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간다.

그가 돌아간 동네는 여전하다. 린만 훌쩍 자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들어선 도장은 폐허나 다름없이 변해버렸다. 집 앞엔 잡초가 무성하고 집 안은 오랫동안 사람이 다녀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듯 먼지가 소복하다. 린은 소림권의 부활을 꿈꾸며 라크로스를 시작하게 되고 도장을 망가뜨린 장본인을 만난다.

영화는 <소림축구>처럼 스포츠가 쿵푸와 결합해 최강이 된다는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 <소림축구>를 종목과 무대만 바꿔놨다. 하지만 이 전 영화에서 보여줬던 유머나 감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주성치가 직접 영화를 찍지 않아서인지 감이 떨어진다. 오히려 쿵푸가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설명하려 했던 끝 부분에서 헛웃음이 터져나온다. 어설픈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한 점은 그나마 그대로다.

신선하지 않은 화면과 내용도 아쉽다. 린이 1대100으로 싸우는 장면은 영화 <킬빌>에서 우마서먼이 싸우던 장면을 연상케 하고 게임을 하듯 한 단계 씩 올라가며 적을 물리치는 전개는 영화를 지루하게 한다. 일본 미소녀를 주인공과 조연으로 등장시켜 '칙칙한' 화면을 밝게 만들었지만 쿵푸와 일본의 오묘한 조화가 영화를 애매하게 만들었다.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