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대조적 색깔·속내의 국산 화제작 세 편이 이번 주부터 3주 연속 선보인다. 오늘 선보이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감독, 이하 '놈. 놈. 놈.')과 <님은 먼 곳에>(이준익, 이하 '님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곽경택 & 안권태, 이하 '눈눈이이')가 그들이다. 모두 15세 관람가' 등급인 이들은 목하 한국 영화가 지니고 있는 세 얼굴 내지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층 더 눈길을 끈다.

우선 '놈. 놈. 놈.'. 송강호ㆍ이병헌ㆍ정우성에 이르는,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스타 연기자들이 전면에 나선다. 때문에 치밀한 플롯의 드라마가 아니라, 대규모 스케일의 시청각 스펙터클로 승부수를 띄운다. 어지간한 영화 팬이라면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렐 남성 '쓰리 톱'의 연기 대결 및 조화와, 토종 서부극이라는 그릇을 통해 전해질 스펙터클에 이 땅의 대중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그에 반해 '님은…'은 격변의 시대사 속에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개인사, 즉 드라마로 승부를 건다. 그 개인사의 주인공은 '원톱' 수애가 분한 순이/써니. 1971년 베트남전에 끌려 간 남편(엄태웅)을 찾아 무작정 베트남으로 향하는 '대책 없는' 여인이다. 그 시골아낙 순이가 남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위문공연밴드의 섹시 가수 써니로 변신해 가는 과정이 가슴 시린 감흥을 안겨준다. 정진영ㆍ주진모ㆍ정경호 등이 '함께' 하는 그 여정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한편 '눈눈이이'는 한석규ㆍ차승원 투톱을 내세운 곽경택·안권태 공동 연출의 액션 범죄물. 전설적 형사인 백반장(한석규)과, 그 이름을 사칭해 완전범죄를 성공시킨 범죄자 안현민(차승원)을 축으로 전개된다. 감독과 조감독으로 <친구>를 함께 빚어냈던 두 감독은 <친구> 때 그랬던 것처럼 액션과 드라마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바람직한 욕심일까 과욕일까….

이들 세 영화는 현 한국 영화판의 어떤 대결 구도를 축약해 보여준다. 김지운과 이준익, 곽경택 세 사람은 우리 영화계를 대표하는 40대 중, 후, 초반의 중견 감독들. <장화, 홍련>과 <왕의 남자>, <친구> 등 흥행 성적으로는 말할 것 없고 비평적 평가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선의의 경쟁자들이다. 또 다른 물밑 대결 또한 큰 관심다다. CJ엔터테인먼트('놈. 놈. 놈.')와 쇼박스('님은…'), 롯데엔터테인먼트('눈눈이이') 간의 배급 전쟁이 그것. 스크린 확보ㆍ유지 및 마케팅 등에서 그 싸움은 예상 이상으로 치열할 게 뻔하다.

가장 바람직한 모양새는 물론 동반 흥행이다. 한 동안 할리우드 영화로 쏠렸던 관객들의 관심ㆍ애정을 우리 영화로 끌어들여 모두가 '윈-윈'하는 것이다. 그 최종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 지는 물론 두고 봐야 한다. 내 판단엔 충분히 그리기 가능한 그림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꽤 한 동안 부진했던 우리 영화들의 약진을 기대하는 건 비단 나만은 아닐 듯. 그들이 과연 동반 상승효과를 타면서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는 우리 영화를 구원·회생해낼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따라서 당연하다.
 
/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