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제목만 기억하고 있는 '강원도의 힘'이란 영화가 있었다. 강원도 발전에 대한 홍보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내용을 알아봤더니 예상과는 달리 과거 연인 사이였던 남녀가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만, 그들의 운명은 각기 엇갈려 나간다는 극영화였다.
영화 내용이야 어떻든 필자는 강원도가 웅혼한 힘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라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 높디높은 산들이 주는 후덕함과 무변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동해의 장엄한 풍광 속에 사는 이들이라면 언제나 벗하여 살아도 좋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난 주 아시안게임 유치 여부가 판가름 나는 날,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가 인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게 뻔한 '2014년 동계 올릭픽 후보 도시 평창' 이라는 전면 광고를 쿠웨이트 유력지에 게재했고 그것이 OCA 총회 직전 뿌려졌던 일은 의외였다.
평소에 지니고 있던 '강원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못볼 일을 본 것 같았다. 그 동안 평창 유치위 일부 관련자들이 경우에 어긋나는 발언을 해 왔음에도 인천 쪽에서 오히려 '윈윈(Win-Win)'하자며 대응을 자제해 왔던 것과는 판이하게 격이 달랐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이미 국가 차원에서 세계에 알린 인천 최고의 브랜드인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을 집요하게 '세종인천국제공항'으로 바꾸자고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고 있는 이도 강원도 출신의 모 의원이란 사실이 떠올라 씁쓸한 요즈음이다.
강원도와 인천은 역대 정권으로부터 푸대접을 받아온 동병상련적 지역이었다. 동계올림픽 유치 노력도 그 같은 여건 속에서 내 고장을 발전시키려고 내놓은 절체절명의 자구안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마음이 급하다고 상대에 대한 배려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때와 장소를 가려 발휘되는 진정한 '강원도의 힘'을 격려해 가며 지켜보고 싶은 것이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