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학 홍종기
말라붙은 엉덩이에 발레리나(ballerina)의 스타킹처럼 달라붙은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세상 밖으로 나갔다.
얼굴 가득한 주름을 담고
흘려보낸 세월을 지나 짧지만 생애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escalator)를 타고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 무섭기도 했지만
마음은 아이들 수학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오목조목한 운해(雲海)를 건너 짜릿한
한 줄의 구름을 타고 유영을 하며
떼지 못하는 눈망울이 창을 뚫는다.
덜커덩 쿵 소리와 함께 요란한 제트 엔진의
굉음(轟音)이 울리고 끝없이 달릴 듯
미끄러지다 반동 없이 트랩을 내린다.
백록담에는 오르지 못하지만 다른 곳은
모두 볼 수 있다는 안내자의 말 따라
이곳저곳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바쁜 여정
2박 3일의 가족 여행은 화물칸에 실어준
조카의 감귤과 사진기에 박아둔 필름이
한 순간 이었지만 즐거운 이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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