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아 지구는 쓰레기로 뒤덥힌다.
 몇 년전만 해도 환경 보호론자들의 경고성 발언쯤으로 생각했던 사람들도 요즘에 와서는 이 경고를 현실로 인정하고 있다.  부유한 나라건 가난한 나라건 구별 없이 이제 전 세계는 쓰레기와의 투쟁을 ‘쓰레기 전쟁’이라고 서슴없이 표현한다.
한나라를 평가할 때 선진국민이란 국민소득이 높은 것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그 기준은 문화 수준이 얼마나 성숙돼 있는가에 있고 그 척도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것이 지금의 지구촌 현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이 월드컵경기에 몰입했었다. 축구가 단순히 일개 경기종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승패에 따라 또는 서열에 따라 국가의 위상이 달라지는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가나와 벌린 월드컵 최종 평가전이 끝난 지난 5일 새벽 거리응원전을 펼친 서울시청 앞 광장은 거대한 쓰레기장이었다. 시민들은 경기가 패배로 끝난 것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쓰레기를 버린 채 자리를 뜨기에 급급했다. 먹던 과자봉지와 맥주캔 등을 남기고 자리를 뜨던 한 20대는 어차피 주최 측에서 다 치워 줄 텐데 뭐가 걱정이냐며 황급히 사라졌다고 한다.
토고와의 경기가 있는 날 인천 문학경기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구장 5만석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야구장은 물론 인근 잔디 정원일대에 10만여 시민이 집결, 온통 붉은 물결이었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14일 아침 관할구청인 남구청과 문학경기장 관리처인 시설관리공단은 쓰레기 전쟁을 치렀다.
경기장안에서만 의자밑과 통로 등에서 무려 6톤, 경기장 밖 길거리에서 2톤 등 무려 8톤의 각종 쓰레기를 수거했다는데 아직도 완전히 치우려면 하루가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TV에서도 서울 시청앞 광장에 뒤 덥힌 쓰레기 치우는 모습을 방영해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삶의 질이라는 말 만큼 광범위하고 다의적(多義的)인 개념을 지닌 말도 흔치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삶(人生)이라는 말자체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유엔은 삶의 질을 세가지 단어로 표기한다.  첫째가 ‘휴먼(HUMAN)’, 둘째가 ‘디벨로프먼트(DEVELOPMENT)’, 셋째가 ‘인덱스(INDEX)’그래서 영어의 머리글자만 따서 표기한 ‘HDI’는 사람이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 갖춰야할 기본 조건들 따지는 지표로 삼게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가- ‘휴먼’머리 속에 들은 것이 얼마나 되는가- ‘디벨로프먼트’문화생활을 어느 수준에서 영위할 수 있는가-‘인덱스’가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尺度)라는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첫째 조건은 두말나위 없이 쾌적한 환경이다. 바꾸어 말하면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다.
바캉스다, 운동회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남는 것은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다. 이것들이 지하로 스며들어 지표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주범이 아니던가.
물론 우리 국민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소수의 사람들이 저지른 행위로 우리 국민 전체가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 단체마다 ‘맑은 물’과 ‘푸른 산 가꾸기’를 다짐하고 있다. 맑은 물, 맑은 공기, 푸른 산, 얼마나 그리운 이름인가? 그 얼마나 절실한 언어인가!
2002년도 월드컵 시민정신은 어디로 갔나?
응원이 끝나면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 질서 있게 현장을 떠나던 모습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았던 4년 전 성숙한 시민의식은 볼 수가 없다.
축구도 16강을 건너 4강까지, 붉은 악마의 성숙된 응원도 세계를 제패하는 기상이 우리 한민족에게는 넘치고 있다.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은 지혜를 함께 표출하길 바란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이 말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늘 생각하고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민기·(사)인천언론인클럽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