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은 출세보다는 보람 있는 삶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교직생활에서는 많은 돈을 벌어 부(富)를 축적(蓄積)할 수도 없고 높은 지위에 올라 으쓱댈 수도 없다고 하겠다. 화끈하지도 않고 더욱 화려하지도 않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출세라는 것이 교직생활에서는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있다면 제자를 훌륭하게 키워낸 보람만이 있을 뿐이다. 훌륭하게 키워낸 제자란 어떤 인물을 의미하는가? 소위 말하는 출세한 제자를 말하는가? 지도력이 탁월하여 정치지도자(대통령?)도 좋고 재능이 뛰어나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을 해낸 제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훌륭한 제자는 자기 처지와 형편에 맞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보겠다.
그렇다면 교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입신출세(立身出世)일까? 그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이 무엇이 되느냐 보다는 그것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기에 어느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당부한 말이 있다. ‘좋은 열매를 맺으려고 서두르지 말라. 좋은 나무가 되면 좋은 열매는 저절로 열리는 법이란다. 늘 좋은 나무가 되도록 노력 하여라,’라고. 교직생활에서는 너무 결과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비록 이루지 못하였어도 과정이 훌륭하면 이룬 것이나 진배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즈음같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에 더욱 필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사실 교직은 전문직이라고도 하고, 성직이라고도 했다. 전문직이 됐던 성직이 됐던 교직은 범속직과는 구별되는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도 했고‘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라고도 했다. 존경받아 마땅한 스승이기에 사표(師表)라고도 하면서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험악하다 해도 결국 우리 교사들은 글 잘 가르치는 교사이기 이전에 인격적으로 추앙받는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요즈음‘학생은 많아도 제자는 적고 교사는 많아도 스승은 적다.’라고 개탄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경사(經師)가 되기는 쉬워도 인사(人師)가 되기 어렵다.’라는 말도 있듯이 글 가르치는 선생이 아닌‘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참 스승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사들은 이름 석자를 소중히, 깨끗이 보존해야 할 것이다. 얼굴의 상처는 성형수술로 고칠 수 있으나 이름의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기업가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결국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못합니다. 잠시 맡아서 관리하고 성장시키고 그 열매를 다시 골고루 나누는 것 그것이 기업 하는 이유랍니다.’돈 버는 것이 목적인 기업이 이럴진대 사람을 기르는 교육을 하는 이유는 어떠하겠는가? 촌지 봉투로 스승의 이름을 더럽혀서는 안 될 것이고 윤리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아도 안 될 것이다. 오로지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만이 남의 참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명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사이기 이전에 한 자연인임을 알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한번 쯤 생각해 본다면 이 삶의 지혜를 되새겨 가며 스승의 길을 걷는다면 많은 제자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게 될 것이고, 그 제자들로부터‘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스승’으로 기억될 것이다. 부디 우리 모두 스승의 길에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보는 것이다./인천남고등학교장  정 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