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물결이 전국을 휩쓸고 있고 6.15 공동선언 6주년 기념이 조용하게 열리고 있지만, 우리의 내부적인 모습을 보면 현충일과 반세기 이전에 이곳 한반도를 붉게 물들인 6.25 전쟁일이 포함된 6월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동병상련 (同病相憐)” 이란 말이 있다. 만사가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그 심정을 모르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반드시 일어나서는 안 되고 대신에 그 교훈을 깊이 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 민족사에 최대의 비극이었던 6.25 전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세계 질서가 재편된 직후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과 소련 강대국의 대리전 성격이든 우리 한민족 간의 내전이든 56년 전에 우리 동족 끼리 3년이 넘는 이전투구의 양상 속에서 300만 가까운 고귀한 생명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이슬처럼 사라졌다. 지금은 우리가 자유와 평화 속에서 한껏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세상이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길에 이르기까지에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일념으로 첩첩산중 고지와 협곡에서 산화한 젊은 호국영령과 부상을 입은 상이군경, 혁혁한 공을 세우신 무공수훈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에서 현재를 사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첫째로, 오늘의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이룩하기 까지 위대한 공헌과 희생을 하신 전몰군경과 전상군경 등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에 대한 감사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월드컵의 물결 속에서 전국을 메아리치는 “대~한민국” 이 있기까지에는 우리 국민 모두의 노력이 있었지만, 더 많은 희생을 통해서 숭고한 업적을 이루신 분들이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이라는 점을 망각하거나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그 분들은 그저 구두선이 아니라, 특히 나라가 어려웠을 때 실천적 나라사랑을 온 몸과 행동으로 보여 주신 점에서 우리 모두로부터 존경과 감사를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둘째로, 대부분이 6.25 전쟁을 먼 옛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서방세계에서도 “잊혀진 전쟁”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6.25 전쟁은 종전이 아니고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재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형식 논리가 아니더라도 아직도 전쟁으로 인한 상처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전쟁미망인들의 아픔과 전쟁으로 인한 유자녀들의 애환은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는 1000만의 이산가족도 그러한 민족사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제2의 6.25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보훈정신에 기반을 둔 우리의 정신력 무장이 필요하다.
 셋째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오래 전에 세계적으로 이미 용도 폐기된 이념적 갈등이 내연되어 있다. 1990년을 전후하여 소련연방과 동구라파가 역도미노 식으로 붕괴된 사실과 12년 전에 사망한 김 일성 체제 이후에 김 정일 통치 하에서 300만 가까운 선량한 주민들이 굶어 죽었고 지금도 기근을 면치 못하여 우리나라와 외국에 구걸하면서도, 벼랑 끝 핵무기 위협과 위조 달러 지폐 양산 이외에 우리의 동포애에 기인한 호의를 적반하장 식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실상을 목도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체제를 동경하는 듯한 무리가 있음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이렇듯 비생산적이고 지극히 소모적인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실천적 나라사랑에 기반을 둔 보훈정신의 확고한 정립이며 그것을 확산하는 길 밖에 없다.
 넷째로, 지구상에 200여 국가 가운데 6.25 전쟁의 결과로 인하여 이곳 한반도만이 유일하게 분단된 상태라는 점은 우리의 역사에서 진작 청산되어야 할 오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깊이 성찰하여 이를 해결토록 우리 모두의 지혜가 절실하다. 바로 이 부분도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눈 자들을 응징했던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들이 포용력을 발휘하여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 때 우리가 목표한 민족 화합과 궁극적 통일의 길은 훨씬 앞으로 다가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위대한 한민족 시대를 열어 갈 것이다. 
 국가보훈은 바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근본이고 기본, 중심이고 초석을 이룬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미국 수도 워싱턴에 소재한 한국전쟁 기념탑에 있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 란 말이 그 어느 때 보다 와 닿는다. /박 경애 인천보훈지청 보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