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금릉군 수도산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수도암이 있다. 이 절에는 국보인 3층석탑을 비롯하여 많은 보물이 있으며 불도를 닦는 도량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 절에는 역시 보물인 비로나자불이 있으며 한 전설이 전해져 온다. 이 석불은 산 아래에서 만들어졌는데 워낙 무거워 산위로 옮겨갈 방도가 없었다.
 그때 한 노승이 나타나더니 가볍게 돌부처를 메고 날듯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노승의 법력에 감탄했는데 절이 보이는 어귀에 이르러 그만 칡넝쿨에 노승의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역정이 나신 노승이 산신에게 앞으로는 이산에 칡이 자라지 못하게 하라고 호령했다. 이후 절 주변에서 칡넝쿨이 사라졌다고 한다.
 칡은 예전 사람들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는 나무였던듯 하다. 문헌 마다 칡을 풀로 취급했다. 칡의 한자를 뜻하는 갈(葛)자를 보아도 풀초(艸)를 머리에 이고 있으니 말이다. 굵은 기둥 처럼 뻗지 못하고 넝쿨이 다른 나무를 칭칭 감아올라가기 때문에 나무도 풀도 아닌것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칡은 분명히 목본식물의 나무이다.
 아시아가 원산인 칡은 우리나라와 만주 일대의 산지에 많이 자란다. 뿌리가 땅속 깊이 뻗으며 넝쿨도 잘 자라 1년이면 150m에 이르기도 한다. 뿌리를 갈근이라 하며 녹말이 많아 갈분을 내어 식용으로 하고 식욕부진이나 허약한 어린이에게 먹이는등 약용으로 이용했다. 한방에서는 땀을 내고 열을 내리는데 쓰며 감기약으로도 처방한다.
 문제는 나무를 타고 오르는 넝쿨로 산림이 죽는다는 점이다. 칡넝쿨이 감고 올라간 나무는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말라 죽는다. 넝쿨이 목을 조르듯 하기 때문이다. 조선조를 여는 이방원이 정적 정몽주를 불러 회유하느라 넌즈시 읊었다는 "하여가(何如歌)"에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리라"했지만 실제로 노래 내용과 생태는 다르다.
 인천해수청 직원들이 지난주 팔미도에서 생태계 보존을 위한 칡 제거작업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