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4차  6자회담이 13일 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7일 공식 휴회했다.
    애초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과 목표에 해당하는 `출구'부터 명확히 찾겠다는 노
력은 일단 쉼표를 찍게 됐고 이를 위한 `끝장토론'도 3주 가량 멈추게 됐다.
    휴일도 잊은 채 2주일을 협상에 쏟아부었지만 핵폐기 범위를 둘러싼 근본적  쟁
점을 두고 접점을 찾기에는 북미간 불신의 골이 너무 깊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권이 주권국가의 응당한 권리임을 역설하며 폐기  대상을
핵무기 쪽에 국한한 반면, 미국은 북한이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뽑아 군사용도로
전용했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며 맞서면서 대립의 벽을 허물지 못한 것이다.
    내용에서는 핵폐기 범위를 둘러싼 대립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첫 휴회 결정
의 배경에는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기 위한 기술적인 측면도 고려됐다.
    기술적인 측면은 회담의 성과물 및 택일(擇日) 문제와 관련돼 있다.
    2003년 8월 1차 때는 차기회담 시기를 못 잡았고 2004년 6월 3차 때는 그 해  9
월까지로 했다가 해를 넘긴 점을 감안, 휴회로 대화의 흐름을 잇겠다는 것이다.
    성과물과 관련, 13개월 만에 실질적인 진전 의지를 갖고 임한 이번 회담에서 종
전처럼 의장성명을 내고 끝낼 경우 회담이 열린 것보다 못하다는 여론에 직면할  것
이라는 우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결렬'로 마침표를 찍는다면 6자회담 무용론과 함께 미국내 대북 강경여론이
힘을 받으면서 북핵 협상이 파국에 이를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정부 대표단이 지난 달 27일 기조연설에서  "차기회담부터는
회기 구분 없이 휴회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 이번 회담부터
적용된 셈이다.
    내용상 문제가 된 핵폐기 범위는 과거 회담에서도 나온 핵심쟁점이다.
    이번에도 지난 달 27일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
을, 북한이 `핵무기 및 핵무기계획'을 각각 폐기대상으로 내세우면서 충돌을 예고한
데 이어 협상과정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평화적 핵 이용권을 허용하면 자신들이 내세웠던 북핵 해결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 가운데 첫 번째인 `C'가 흔들
리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면 북한의 완강한 입장은 정치적으로는 이 문제를 미국이 자국을  정상국가로
대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로 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 경제적으로는 금호지구 경수로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계산이나 추가 반대급부
를 노린 전략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향후 핵포기 과정을 거쳐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재가입하면  허
용할 수 있다는 2단계 접근법으로 설득했지만 북한은 NPT 밖에 있는 나라도  평화적
핵활동을 한다는 논리를 들어 수용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핵 폐기 범위 때문에 최종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한
반도 비핵화를 위한 원칙과 목표를 놓고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기도 했다.
    중국이 지난 2일 내놓은 공동성명 4차 수정안은 `균형'과 `집약'을  통한  높은
수준의 `합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우리측 당국자도 "다루고 있는 물건의  보따
리는 상당히 무게가 나가는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합의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이른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아래 그 이행방안으로 북한의 핵포기와  다른
국가의 상응조치가 골격을 이룬 이른바 `한 지붕 아래 두 개 기둥'의 틀이 짜여졌다.
    또 핵포기 과정에서 수반될 검증 실시에 대해서는 초반부터 이견이 없었다.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도 비핵화 준거틀로서 공감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언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사용 등과  핵재처리
ㆍ우라늄농축 시설 보유를 금했지만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을 허용, 미국에는 농
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포함할 수 있고 북한에게는 평화적 핵 이용권을 추후에라도 보
장할 수 있는 카드로 제시됐던 것이다.
    상응조치로는 안전보장, 제재 해제, 중유 제공에 이은 우리측의  200만kW  대북
송전 계획 등이 제목만 담긴 채 구체적인 핵포기 및 상응조치의 순서나 조합은 추후
실무그룹회의에서 논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회담이 속개된 이후 타결 전망은 어떻게 될까.
    일단 타결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아 보인다. 실질적인 진전을 봐야 한다는  의지
를 보인 이번 회담에서 핵심 쟁점인 핵폐기 범위를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는 점
은 속개되더라도 특단의 결정이 없는 한 합의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주 가량의 휴회 기간에는 주요 참가국의 방문 외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주라는 휴회 기간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에는 다소 길어보이는 측면도 있
지만 각국이 입장을 정리하고 사전 조율작업이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 중재 역할이 돋보인 중국과 한국이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찾도록 설득하기 위해 고위급 인사를 보내 상확 악화를 막는 동시에 조율 작
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서울에서 열리는 8.15 남북해외 공동행사에 김기남 로동당 비
서를 포함한 북한 당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
고 북한의 진의를 파악, 설득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6자회담 재개가 지난 달 9일 베이징에서 북미 수석대표 간 양자접촉을  통해
최종 확정된 만큼 북미 접촉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이번 회담  막바지에  냉랭했던
분위기로 볼 때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런 사전 조율이 성공리에 이뤄진다면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휴회 이후 미국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오히려 정세가 악
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어느 한쪽으로 예단이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휴회 후 회담이 속개되더라도 어느 한 쪽에서 핵폐기 범위에  대해
`통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