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고개∼가정동(14.4㎞)
 백두산에서 시작된 한반도의 산줄기는 속리산 서쪽으로 가지를 쳐 수원의 광교산으로 이어지고 다시 김포평야를 남북으로 가르며 강화를 마주보는 문수산까지 그 미약한 산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선조들의 산에 대한 숭배문화나 산이 갖는 상징성을 이야기할 겨를도 없이 우리의 산줄기는 각종 난개발에 밀려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되어 왔다.
 특히 한남정맥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인천·김포지역은 마루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미약한 능선으로 이어져 일반인과 산사람들에게까지 철저하게 외면당해 왔다.
 그 사라진 내 고장의 산줄기를 바로 찾고 우리 산과 자연의 소중함을 시민들과 함께 느껴보자는 것이 우리가 한남정맥에서 강화 마니산까지 쉼없이 걸어가야할 분명한 이유다.
 4월17일 오전 8시. 인천대공원 정문 옆 쉼터에서 모인 10명의 종주단과 7명의 일반참가자들은 군부대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용봉산의 경사면을 들머리로 첫발을 내딛었다.
 첫 구간은 비류고개를 거쳐 철마산(금마산), 만월산, 호봉산, 장고개, 원적산, 철마정을 거쳐 가정동 경인고속도로 서인천나들목 부근 한신빌리지 앞까지, 지도상으로 14.4㎞거리다.
 ‘철마산 2.5㎞’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도로옆 고갯마루(오전 8시20분)를 올라서면 군부대앞 군사도로(오전 8시36분)와 만난다.
 언덕을 타고 내려서면 다시 성현이라고도 불리는 비류고개(오전 8시46분). 백제시대부터 이어진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옛길로 알려진 이곳은 안내판 하나 없는 볼품없는 황톳길이다.
 낮은 경사면을 따라 올라서면 그제서야 오늘 걸어야 할 산허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도상에는 철마산이라고 표기된 금마산(오전 9시15분)은 비단결 같은 말잔등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마루금을 잡아 걷다보면 만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멈춰선 곳 아래로 부평농장(오전 9시30분)이다. 그 넘어로는 부평과 만수동을 연결하는 만월산 터널공사의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만월산(오전 10시55분) 정상에 위치한 정자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걸음을 재촉하다보면 내리막을 따라 인천지하철 1호선이 지나는 부평삼거리. 여기서 신동아아파트 언덕을 넘어 백운공원을 지나 능선을 올라서면 부평도서관 뒷산인 호봉산(오전 11시30분)이다.
 호봉산 동쪽으로는 현대아파트 단지와 미군부대, 그리고 부평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을 내려서면 십정동에서 화랑농장으로 이어지는 옛길로 6·25전쟁 이후 생선장수와 소금장수들이 많이 넘었다는 구르지고개(낮 12시)다.
 다시 가좌동에서 부평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장고개(오후 12시15분)를 지나 종주단은 잠시 점심식사를 위해 배낭을 벗는다.
 잠시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지도상의 지명 조차도 잘못 표기되거나 명확치 않은 곳이 많아 산봉우리마다 올바른 지명을 찾아주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철마산을 남북으로 나눈 명신여고앞 도로 넘어 산 정상엔 주민들이 원적산(오후 1시42분)이라고 쓰여진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주민들의 우리산 사랑을 잠시 뒤로 미룬채 철마정(오후 2시)에 오르니 오늘 산행의 종착점인 경인고속도로 서인천나들목이 눈에 들어온다.
 6시간 15분간의 종주 끝에 가정동 한신빌리지(오후 2시25분)에 모인 종주단은 내달 1일 제2구간 집결지를 정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우리산줄기 분류법으로도 그렇듯이 비류고개에서 가정동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는 결국 내륙의 부평문화권과 해양의 인천문화권을 나누는 분기점이고 사람들은 두 문화권을 오가기 위해 5곳이 넘는 절개지를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수없이 만나게 될 절개지와 산줄기들을 옛 기록으로나마 복원하고 정확한 이름을 달아 정리하는 작업이 더욱 조심스럽다./글·사진=이원구·김주희기자 blog.itimes.co.kr/jjlw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