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벤쿠버 아일랜드
 그곳에 가고 싶다-벤쿠버 아일랜드
 
 ‘바다를 향해 솟은 마지막 땅’ ‘트워슨’(Tsawwassen)을 향해 버스가 질주한다. 양 옆으로 너른 평야가 훅훅 멀어져 간다. 트워슨항에 닿은 시간은 지난 2월22일 오전 9시(캐나다 현지 시간). 밴쿠버섬에 가기 위해선 ‘BC훼리호’를 타야 한다. 450대의 차와 2천500여 명의 사람이 동시에 탈 수 있는 대형 훼리다. 32㎞의 거리를 1시간35분 간 항해하면 ‘스워츠’(Swartz) 항에 닿는다고 캐나다 교민 이영훈씨(35·여)가 말해줬다. 타이타닉호 같은 BC훼리호가 서서히 미끄러져 나간다. 배를 엄호하듯,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쫓아온다. 배가 떠가는 곳은 태평양 연안. 태평양은 바닷내음이 나지 않았다. 빙하가 녹아 섞이면서 바닷물 염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코발트 블루의 하늘과 카키색 바다가 발하는 짙은 질감으로 눈이 부시다.
 30분쯤 지났을까. 수목으로 둘러싸인 협곡이 다가온다. 굽이굽이 섬 자락을 가르며 배는 계속 나아간다. 침엽수림 사이사이로 하얀 집들이 눈에 띈다. 날렵한 수상비행기와 새하얗게 빛나는 보트를 가진 사람들이 이따금 쉬는 별장들이다. 로버트 레드포드, 바브라 스트라이센드 등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별장이 이곳에 자리한다. 10시30분. 저 멀리서 스워츠항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는 다시 넓어졌다. 해마다 봄이면, 밴쿠버섬 앞바다에선 회색고래떼들이 향연을 펼친다고 한다. 밴쿠버섬은 멕시코 해안을 떠난 회색고래떼가 북극해로 이동하기 위해 거쳐가는 곳이다. 이 곳은 영화 ‘프리윌리’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배가 정박한다. 들뜬 모습의 관광객들이, 우르르 쏟아지듯 배에서 내린다. 최근 들어, 해외여행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중국인들이 가장 요란하다.
 밴쿠버아일랜드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주인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 태평양 연안 남쪽 끝에 자리한 섬. 면적이 남한의 3분의1 크기이다. 주요 도시는 빅토리아, 덩컨, 뱀필드, 나나이모 등으로 이뤄졌다. 나나이모는 특히, 바닷게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려면 면허를 따야 하는데 면허라는 게 다름 아닌 돈을 내는 것이다. 하루 면허는 9달러 정도. 6개월까지 면허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정량 이상은 잡을 수 없다.
 버스는 이제 밴쿠버섬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인 ‘부차드 가든’으로 향한다. 양 옆으로 캐나다인들만큼이나 헌칠한 침엽수림들이 즐비하다. 키가 보통 30∼50m는 족히 될 것 같다. 캐나다에 산재한 더글러스 전나무이다. 15분쯤 달려 부차드가든에 닿았다.
 부차드가든은 52만㎡ 사유지에 22만㎡에 걸쳐 조성된 정원이다. 본래 채굴이 끝난 채석장을 로버트 핌 부차드 부부가 꾸민 곳이다. 포틀랜드 시멘트 제조 선구자였던 남편 부차드씨의 부인은 각종 꽃과 나무로 이곳을 단장했다. 선큰 정원, 장미 정원, 일본 정원, 별 연못, 이탈리아 정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식물식별센터, 레스토랑, 꽃씨 및 선물판매점도 있다.
 부차드가든은 한 마디로 자연과 인공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 때문에 부차드 부인은 하루 3천500잔의 차를 대접한 적도 있다고 전한다. 겨울이어서 꽃은 없었지만 부차드가든은 나무와 풀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태를 뿜어내고 있었다. 누구라도 함께 걸으면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정원을, 50분 간 걷고 나니 몸 구석구석에서 나무와 풀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BC주 의사당과 임프레스 호텔이 있는 ‘빅토리아시’로 향했다. 이 시 때문에 밴쿠버섬은 빅토리아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의사당은 당시 26살의 건축학도 프란시스 가튼벨의 작품이다. 역시 그의 작품인 임프레스 호텔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묶어간 뒤 유명해졌다.
 의사당과 임프레스 호텔 사이로 이너하버가 흐른다. 이너하버에 내려가보니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액세서리와 그림을 팔고 있다. 저 먼날, 야생마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호령하던 인디언(현지에선 ‘네이티브’나 ‘퍼스트 네이션’이라고 해야 함)들의 모습은 이제 점령자들 아래서 노점상으로 전락했다.
 이너 하버를 지나 10분쯤 가자 ‘마일제로’가 나온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캐나다의 땅끝마을이다. 후앙드프카 해협을 건너 올림포스, 베이커 마운틴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 땅이다. 바다를 향해 시선을 던진다. 대륙을 개척하던 이방인과 황야를 질주하던 인디언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밴쿠버 아일랜드=김진국기자 blog.itimes.co.kr/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