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형제폐지특별법안을 상정, 심의에 착수했다.
이 법안은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이나 감형없이 수형자가 사망할 때까지 형무소에 구치하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형제폐지특별법안은 지난 15대와 16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종신형 도입 부분이 빠져 있었고,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법사위의 사형폐지법안 상정은 국회차원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 제안설명자로 참석, “사형은 목적의 정당성,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는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형벌”이라며 “국가권력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모순되고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범죄 피해자가 느끼는 증오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오판으로 사형당한 사람들의 억울함에는 절대 비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혁당 및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나와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던 8명이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고 하루가 지나기 전에 처형됐다”고 말했다.
상정 후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된 이 법안은 재적 의원의 절반이 넘는 여야 의원 175명의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할 뿐 아니라 상당수 의원들이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심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사형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종신형도 사형제에 못지 않은 비인간적인 형벌이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은 대체토론에서 자신을 ‘사형제 존치론자’라고 소개한 뒤 “사형존치론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는 종신형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사형이 규정된 현행 17개 법률의 형사처벌조항을 점차 줄여나갈 것과사형선고시 일정기간 집행유예를 함께 선고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승규 법무장관은 사형제가 합헌이라는 것이 법무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힌 뒤 “영국의 경우 사형제를 폐지한 뒤 23년간 사형에 해당하는 중범죄가 1.7배 늘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과거 정치적 이유에 의한 사형선고 사례를 사형제의 폐해로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최근 사형이 선고된 사건을 분석해 보면 생명권을 박탈할 수밖에 없는 자에 대해서만 사형을 선고한다”며 “사형선고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현재 사형이 선고된 수감자 60명은 모두 살인을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사형제가 폐지되면 중범죄가 늘어난다는 사형제 존치론자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사형제는 수천년간 존재해왔지만, 범죄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