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날이다.

4년 동안 광역·기초 자치단체 살림살이를 맡을 단체장과 의회의원, 교육감, 교육의원들이 오늘 뽑힌다. 지역의 대표일꾼을 뽑기 위해 6개월여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참 다양한 잣대로 후보들을 진단했다.

대표 일꾼을 자처한 그들도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을 이번 선거의 장에 풀어 놓았다. 선거를 치르기 위한 조직 구성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각종 공약 및 유권자 만나기 등 무수히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고개는 당 공천(교육감, 교육의원 제외)이었다. 이어 그들은 유권자를 상대로 유세활동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은 출신지역, 출신학교, 직업, 계층간의 갈등 속으로 휩싸였다. 지역사회가 선거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졌다. 후보들은 한치의 양보없이 물고 뜯고, 붙잡고, 상처를 내는 등 선거가 끝나도 상처가 아물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무튼 선거가 끝난 뒤 지역사회는 화합과 평화로 치유돼야 할 것이다. 사회적 차원의 봉합과 화합, 일치는 권력이나 일방적인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합일을 통한 정신과 정서 등으로 이뤄져야 한다. 만신창이가 된 지역의 상처를 누가 화합으로 이끌 것인가.

지역사회를 보면 안타까운 게 좀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당, 사상, 종교, 계층, 성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큰 어른이 없다는 점이다. 지역정서를 관통해 정신적으로 존경받고 존경하는 어른, 개인의 이익보다 지역을 위해 언제나 고민하고 희생하는 어른. 그런 큰 어른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어른들의 넓은 가슴과 애정 어린 지역사회의 접근방식 등과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지역사회에 스며들면서 구성원들이 만들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큰 어른이 있으면 선거를 치르면서 입은 각종 사회적 갈등의 상처가 잘 아물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큰 어른이 없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지역사회의 정신적 구심점이 부재한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를 통해 그동안 지역사회 대표 일꾼들이 대거 탈락했다. 비리도 있었으며, 건강과 좋지 않은 지역여론 등 다양한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됐다. 탈락한 단체장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여전히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뒷마무리를 아름답게 지은 단체장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뒷방노인이 됐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정상에서 내려와야 하는 쓸쓸함도 있을 것이다. 또 지역사회에서 소외됐다는 외로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 만나기도 두려워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중요한 것은 '현직을 떠나도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와 '현직을 떠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 차이다. 할 일이 많다. 앞서 얘기한 지역사회의 '큰 어른론(論)'은 큰 어른 부재의 현실에서 그래도 근접해 있는 이들은 그동안 덕망으로 대표 일꾼을 역임한 이들일 것이다. 그들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지역봉사와 지역활동 등을 펼치면 다양한 당파, 종파, 직업 등을 아우르는 큰 어른으로 지역사회가 그들을 존경할 것이다.

미국의 제39대 대통령 지미카터의 교훈을 떠올려 보자.

재임 기간 무능력한 정책으로 인기가 바닥을 쳤다. 그의 정치적 자질은 민주당에서조차 의심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퇴임 후 부인 로잘린은 카터대통령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에 대통령도서관, 연방기금에 의해 운영되는 박물관, 싱크 탱크, 질병을 퇴치하고 농업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한 국제원조기구 등을 설치했다.

그는 민간 차원의 외교관으로서 수많은 나라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카터는 지난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어른이 됐다.

4년 뒤 아니 10년 뒤, 이번에 퇴장하는 단체장들이 뒷방노인으로 잊혀지거나 퇴물 취급받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들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런 어른이 있을 때쯤 됐다.


/김창우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