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레니엄의 문턱에서 치러지는 16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서서히 빨라지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과 의원정수 축소 등 정치개혁, 내각제 개헌 문제와 정계개편 등 정치지형에 일대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변수들이 즐비하지만 여야 3당은 나름대로 조직정비에 착수하는 등 총선 고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무주공산이 되다시피한 영남권 지역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가 하면, 젊은 층 수혈, 제2의 창당 등 이슈부각을 통한 이니셔티브 선점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국민회의는 전국정당화를 위한 영남권 공략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며 김대중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젊은 층 수혈을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회의는 62개 사고ㆍ미창당 지구당에 대한 정비를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 한뒤 8월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이후에는 당무감사를 통해 98개 원외위원장은 물론 현역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정치개혁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태이나 청와대와 당수뇌부는 이미 영입대상 리스트 작성에 들어가는 등 젊은 층 수혈을 통한 노ㆍ장ㆍ청 조화 작업을 준비중이다.

 또한 하부조직 정비도 착실히 해 당내 청년ㆍ여성조직을 통한 취약지역 민심안기에 주력하고 이달말까지 경북도지부와 부산시지부를 끝으로 전국의 시ㆍ도지부 후원회 결성을 마칠 계획이다.

 국민회의는 이처럼 기초체력 보강에 주력하는 한편 당체제를 대폭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은 이와 관련, 1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그 시간부터 국민의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며 총선필승론을 제기하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당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본격적인 체제 정비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정치개혁 완료시점에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하거나 자민련과의 연합공천 지분협상을 매듭짓는 등 보다 큰 틀의 총선전략을 구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도 일단 내각제개헌 논의는 중단하되, 당세확장과 젊은 일꾼 수혈 등은 게을리 할 수 없다며 조직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7월까지 수도권 및 영남지역의 30여개 사고지구당 조직책 임명작업을 마무리짓고 대대적인 시ㆍ도지부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새로운 지구당 조직책은 주로 30~40대 위주로 물갈이를 단행해 노년정당이란 인식을 불식시키고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김현욱 사무총장은 『향후 자민련은 신보수를 지향하는 젊은 층들을 대거 영입할 계획』이라며 『정치 일선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과거 운동권 출신들도 과감히 수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이와함께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면 곧바로 당을 총선에 대비한 선거체제로 전환해 이미지 쇄신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나라당도 잇단 재ㆍ보선 등으로 미뤄둔 30개 사고 및 미창당지구당에 대한 조직책을 5월중 임명하고 조직정비를 우선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미 당 조직국 등을 중심으로 전국의 예비주자를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한 데 이어 전국의 청년ㆍ여성조직 정비도 조만간 완료할 계획이다.

 또 여권의 젊은 층 수혈론에 맞서 오는 9월 정기국회 개회전까지 정기 당무감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지구당 조직책에 대한 물갈이를 단행, 신진엘리트를 전진배치할 방침이다.

 나아가 복잡다기한 세력구도로 인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강력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총선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2창당, 문호개방 등을 골간으로 하는 「뉴 밀레니엄 리더십」이란 화두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총재 역시 21세기에 걸맞는 신진세력을 수혈하지 않고는 내년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이총재의 측근들은 당장 내달로 예정된 사고ㆍ미창당 지구당 조직책선정에서부터 이런 문호개방을 통한 신진세력 배치는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보수정당」 이미지 희석을 위해 개혁성향의 젊은 층이 대거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당장 총선 공천지분 문제에서부터 계파간 갈등에 직면할 우려가 없지 않아 정치권 지각변동을 초래할 변수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일사불란한 총선준비에 당력을 집중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