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뵤~쌍절곤 맛을 봐라
 질풍노도(疾風怒濤).
 오는 16일 개봉하는 ‘말죽거리 잔혹사’(감독·유하)는 이 말을 내러티브 곳곳에 포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맹목적인 열정과 서투름의 시기, 이성과 사랑, 우정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절.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에서 곽경택 감독의 ‘친구’나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과는 또 다른 성장영화를 빚어냈다. 호크가 달린 검은 교복을 입은 시대(1970년∼1980대초)란 공통분모가 있을 뿐, ‘말죽거리…’는 ‘친구’의 누아르적 음울함이나 ‘클래식’의 사회적 초상으로 확장하지는 않는다. 유 감독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 ‘그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고 담백하게 이야기 한다.
 영화는 유신 말기인 1978년, 개발 붐에 들어선 강남의 한 고등학교가 배경이다. 현수(권상우)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서울 ‘말죽거리’(강남)의 정문고로 전학온다. 땅 값이 오를 것을 기대한 어머니 때문이다. 정문고는 교사들의 폭력과 학생들간 세력다툼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현수는 첫 날부터 버스에서 상급생에게 ‘칼라’(교복 깃 안에 덧대는 장식)를 빼앗기는가 하면, 한 해 꿇었다는 동급생에게 상납을 강요당한다. 그런 현수에게도 두 가지 희망이 싹튼다. 같은 반 2학년 ‘캡’인 우식(이정진)과 친해진 것과 버스에서 자주 만나는 은주(한가인)와의 만남이다.
 그러나 은주는 우식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숫기 없는 현수는 은주와 우식 사이에서 우울할 뿐이다. 폭발할 곳을 찾던 현수가 찾은 탈출구는 ‘이소룡의 쌍절곤’. 아 뵤∼. 현수는 중국어를 뇌깔이며 무술연습에 전념한다.
 극대화한 폭력의 스펙터클이나 허황한 코미디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으로 비쳐지는 것은 군사독재의 폭압성 속에서 성적과 배경만을 강요했던 당시 학교상을 사실적으로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하 감독은 특히 거창하게 ‘독재시대’를 고발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지는 않는다. ‘현수의 시대’를 보여주기 위해 불가피하게 삽입했을 뿐, “감수성 넘치는 청소년들의 방황과 갈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의도이다.
 빨간책, 신당동 떡볶이집, 디스코텍, 기타 하나 들고 떠나는 경춘선 여행, 라디오 DJ에게 보낸 꽃잎 붙인 관제엽서…, 영화에선 70년대의 아이콘들이 40대를 추억의 물감으로 물들인다.
 첫 영화데뷔라는 한가인은 “물가에서 키스하고 싶었는데 권상우와 그 씬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권상우와 한가인의 물가 키스씬은 미장센의 미학이 돋보인다. 16일 개봉, 115분, 15세.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