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초청공연 갖는 박일초 스님
 누에고치를 뚫고 물기에 젖은 더듬이 하나가 나와 파르르 전율한다. 세상의 번뇌에 휩싸인 중생은 ‘업’을 갚고자 몸부림친다. 목련꽃잎이 펼쳐지듯 누에고치에서 삐져 나온 하얀 날개 한 쌍이 부풀어 오른다. 격렬하던 중생의 몸짓이 차츰 사그라든다. 이슬 맺힌 풀잎 위에서 천천히 날개를 펄럭이던 나비가 푸른 창공을 향해 비상한다. 고통의 도가니같은 세상에서 괴로워하던 중생은 해탈을 얻고, 우주를 향해 날아간다.
 필리핀 사람들이 인천의 ‘나비춤’에 반한 것은 이미 지난해 일이다. ‘인천시 무형문화재 10-나호 범패·작법무’ 보유자 박일초(45) 스님이 그들의 초청으로 오는 10∼13일 필리핀을 두 번째 방문한다. 마닐라 리잘 국립공원의 ‘리잘 콘서트장’에서 ‘범패’ ‘나비춤’ ‘바라춤’으로 현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외국에선 흔히 한국 춤 하면 부채춤을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바라춤과 나비춤을 보여주니까 무척 신기해 하는 표정이더라구요.”
 일초 스님을 비롯한 25명의 관계자들은 현지에서 본 공연 2회와, 불우 아동들을 위한 자선공연 등 모두 네 차례의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현지의 한비문화재단 박현모 회장과 국립공원발전위원회의 공동초청으로 이뤄졌다. 
 2002년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은 뒤 지금까지 일본, 중국, 호주, 태국, 독일 등지에서 펼친 해외공연은 공연을 우연히 접한 외국인들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춤은 언어도 인종도 초월해 인간 본성을 관통하는 예술 아니겠어요.”
 그는 외국인들이 우리 예술에 열광하는 것은 ‘예술의 보편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국가문화재에 비해 지방문화재는 가꾸고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우리 지방만의 지역성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했을 때 비로소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인다. 최근 ‘인해전통문화예술원 범패·작법무 보존회’가 사단법인이 되면서 그의 열정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일초 스님이 고 박송암 스님으로부터 작법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82년. 그렇지만 ‘소리’를 배운 것은 불교에 입문한 8살 이후 부터이고 보면, 불교예술에 정진한 것은 근 40년에 가까운 셈이다. 현재 그는 인천 전수관과 서울 전수관을 동분서주하며 ‘범패·작법무’의 보존과 전파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
 불교는 무엇이고 종교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초스님의 답변이 간단했다. “착하게 살아라 입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