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웅 KOTRA 인천무역관장
 요즘 많은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충돌이 앞서는 사회적 현상을 보면서 가치관의 혼란은 물론, 앞날에 대한 두려움까지 심란한 마음에 더해진다. 다행히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하나 그것도 일부 대기업의 주력 수출품목 덕분이지 우리 중소기업들의 체감 수출경기는 아직도 썰렁한 것 같다.
 지난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비재 전시회에 인천 관내 참가업체들을 인솔 했던 KOTRA 인천무역관 직원에 의하면 독일 경제가 맥을 못 추고 있어 전시회 분위기가 예년만 못하더라는 얘기를 전해왔다. 이 전시회는 소비재 수출 중소기업들의 1년 장사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해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에서도 신문광고와는 별도로 무역관이 보유한 품목별 바이어들에게 한국관을 내방토록 초청장을 보내는 등 사전준비를 많이 기울이는 전시회중 하나이다.
 그런데 전시회 분위기 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곳에서 만났던 각 지방의 참가 기업 중 상당수가 공장을 매각하고 불가마 사우나로 업종을 전환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의 나눈 얘기였겠지만 정말 이정도로 심각하게 제조업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인 줄은 몰랐다.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정신무장이 필요한 이때, 우리는 정신마저 놓아 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필자가 나이 서른에 첫 해외근무를 시작했던 동 아프리카 소재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는 지금도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모여서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주말이면 하얀 피부색의 이들과 테니스를 치면서 친해져 맥주 한잔에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다보니 이들은 유대인이나 우리 한민족에 버금가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정말 똑똑한 민족이었으나 우수한 민족성 때문에 소련이라는 대국 앞에서 철저하게 견제 당하고 짓밟혀져 전 세계로 흩어져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착하는 곳 마다 학교를 세우고 자녀들을 교육시켜 민족 정신을 유지시키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100년전 하와이 이민 길에 올랐던 우리 조상들이 그 곳에서 자손들을 가르치던 바로 그 정신과도 같았으리라 생각된다.
 수출을 통한 무역입국(貿易立國)은 이 땅의 기업가 정신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부론(國富論)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많은 관내 기업들은 아직도 꿋꿋이 수출에 매진하고 있으며 신제품 개발에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S사는 돌 솥밥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가스레인지를 개발, 특허를 받아 일본에 수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사람이 수동으로 하던 불의 세기를 기계가 자동으로 조절하여 뜸을 들이고 누룽지까지 만들어 낸다고 한다.
 같은 지역의 M사는 호이스트 체인을 생산,수출하는데 가격 경쟁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공장을 손쉽게 중국으로 이전하는 대신, 인천에서 끝까지 제조하면서 품질로 승부하겠다며 기업가로서의 사명의식을 밝히고 있다.
 KOTRA 인천무역관은 이렇게 중심을 잡고 열심히 뛰는 대다수 관내 수출기업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해외마케팅 추진 방식을 전면 개편하였다. 고객의 수요에 맞춰 수출시장과 품목을 선정하고 바이어와 상담 후에도 102개 해외 무역관을 통해 거래가 성사될 때까지 수개월간 사후관리를 해주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옷깃을 여밀 때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貿易立國을 위한 개척 정신은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시장을 누비던 우리의 수출전사들이 불가마 사우나에서 표를 판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