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변호사
 
 얼마전, 인천 서구 가정동에서 남편의 실직으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주부가 어린 세아이와 함께 투신자살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다시 우리 사회 빈곤층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IMF 사태와 뒤이은 기업의 도산과 부동산투기 등 투기의 만연은 우리사회의 빈부격차를 더욱 벌리고 많은 신빈곤층을 양산하여 320만여명의 빈곤층이 형성되었다. 정부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한 정책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부동산경기 부양, 신용카드 사용한도폐지를 통한 소비의 진작, 노동의 유연성제고를 통한 해고의 자유화 등 빈곤층이 양산이 불가피하게 뒤따를 정책들이었다. 그리고, 사회보장비용을 마련하여 이들을 부양하려는 정책보다는 경기가 활성화되어 기업의 채용이 들어나면 이러한 빈곤의 문제는 해결된다는 정책에 무게를 두다 보니 양산된 빈곤층이 우리사회에서 생존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IMF 사태 이후의 빈곤의 문제에 대처해 왔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운용실태를 보면 빈곤층을 수급자와 탈락자로 구분하여 탈락자의 생존은 사실상 방치하는 형국이다. 어쩌면, 최근의 연이은 빈곤층의 자살은 우리사회의 빈곤층이 정부의 무대책에 죽음으로 항거(?)하려는 모습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이러한 빈곤층의 죽음의 항거(?)에 대하여 보건복지부가 차상위 빈곤층에 대한 긴급수호대책으로 의료, 교육, 주거, 생계등에 대한 부분급여를 실시하기로 하고 내년예산에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빈민층에 대한 호민관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그나마의 안도감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가 이러한 차상위 빈곤층 지원예산 2천340억원 전액을 삭감하겠다는 발표를 보면서는 정말 정부가 빈곤층을 버리고 가는 정책을 선택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찌보면 빈곤층을 위한 어떤 정책이 나오리라 기대하였던 대통령의 8.15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가 회복된 뒤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하겠다”며 빈곤층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자주국방만을 강조한 시점에서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물론, 경제회복 여부에 따라 빈곤층을 위한 예산의 다과가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번 2천340억원의 예산과 같이 국가의 지원이 전무하여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빈곤층을 위한 ‘긴급구호대책’과 같은 경우는 경기회복과 연계되어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기획예산처도 복지예산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빈곤층이 죽음으로써 벼랑 끝 절망을 항거하고 있는 심각한 국면에서 국민을 살리는 것보다 우선인 예산편성원칙은 있을 수 없다는 기본철학을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먼저,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분급여를 전면실시해야 한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체계하에서는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순간 생계, 의료, 교육.주거급여 등 모든 지원이 중단되게 된다. 차상위계층은 생활수준에서 수급자와 별반 다를바 없는데, 단지 수급자 보다 몇 만원을 더 번다거나 벌었다는 것만으로 아무런 급여지원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을 문제 삼기이전에 차상위계층에는 잔인한 정책이고 수급자의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자활을 통한 빈곤탈출을 포기하고 수급자에 안주하게 하는 비효율적인 정책이다.
 이참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 빈곤층은 계속 늘고 있음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현실인데, 복지행정에서는 수급자는 계속 줄고 물가는 올라가는데 보장수준은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소득인정액 산정시 재산소득 환산율 개선 등 전면적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정비와 차상위 빈곤계층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운영을 위한 예산확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빈곤층을 이루고 있는 여성과 중고령자의 경우에는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장기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일자리 창출도 시장원리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서 빈곤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경제는 경쟁력이 없어 경쟁에 참여조차 불가능한 빈곤층은 그냥 버리고 가는 잔인한 제도가 되어서는 않되며 빈곤층의 보호되고 빈곤층의 소비가 시장의 수요를 촉발하여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되는 등으로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눈물과 온정이 베어 있는 따뜻한 제도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