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얼마 안남았는데 조상님께 드릴 제삿상에 무엇을 올려야 할지…”
25일 오전 11시쯤 지난 이틀사이에 329㎜의 폭우를 뿌리고 지나간 연천군 백학면 두일2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남정위(92)옹은 어제 무슨일 있었냐는 듯 푸른 자태를 뽑내는 하늘을 보며 원망을 했다.
남옹은 노구를 이끌고 이른 아침부터 논에 나와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쓰러져 있는 벼를 일일이 세우며 하루종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폭우가 멈추고 임진강과 한탄강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침수됐던 이 지역 붉은 색 흙탕물을 뒤집어 쓴 농경지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수해로 연천지역 농경지 침수등 피해가 극심한 지역은 임진강 유역의 미산, 백학, 장남면 일대로 침수된 농경지만도 75ha에 달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다행히 흐르는 강물에 휩쓸리지 않고 조그마한 내수면 하천물에 잠기면서 벼가 쓰러지지 않아 농민들은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이 지역 농민들은 추석을 15일여 앞두고 알곡이 피기도 전에 수해를 당해 수확량 감소를 크게 걱정했다.
같은 시간 임진강하루와 인접한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서 6천여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한기원(53)이장은 “전체 농경지가 물에 잠겼으나 오늘 강물의 수위가 줄어들어 아침부터 나와 흙털기 작업을 하고 있다”며“예년 수확량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내년 살림살이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연천군 한탄강 국민관광유원지 일대 나무가지에는 떠내려온 쓰레기가 걸려있고 주차장에는 모래밭을 연상케하는 퇴적물이 쌓여 경찰·주민들이 동원돼 제거·세척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폭우가 지나간 연천군 하늘아래에서는 수마의 흔적을 말끔히 치우기 위해 젖은 빨래를 말리고, 토사로 뒤덮힌 도로를 닦아내는 등 주민들이 수해복구에 나서면서 점차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연천=강상중·홍성수기자> sjkang13@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