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 (정치학 박사, 인하대 강사)
 대다수의 국민들은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이념적 편 가르기를 매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위 南南갈등이라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 사격장 진입 및 장갑차 점거사건, 8.15 광복절에서의 보수와 혁신단체간의 대규모 집회시위, 노무현대통령의 대구 U대회 관련 대북한 유감성명 발언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두 집단간의 대립양상을 더욱 증폭시키고 그 갈등의 여파는 일반 국민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사실 냉전시기에는 남남갈등의 문제는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1990년대 이후 한국이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과 전 세계적인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은 오히려 우리사회내의 대북한 시각과 대북정책을 합의하는데 있어 그 어려움을 던져주고 있다.
 한쪽은 한미간의 불균형한 동맹관계 및 부시행정부의 대북한 강경정책 및 그에 따르는 전쟁위협을 부각시키는 한편 다른 쪽은 전통적인 한미군사동맹 및 미국과의 경제적인 협력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양쪽 의견이 그 나름대로의 일리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한쪽은 유독 미국에 대해서만 ‘자주’를 이야기하고, 다른 쪽은 북한에 대해서만 ‘적대’의 심정을 밝힌다. 그리고 하지 않았으면 좋을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알리려 한다. 더욱 큰 문제는 그들의 이분법적 사고를 일반 국민에게까지 적용하고 편 가르기를 하려고 하는데 있다. 지금의 국제현실은 어떠한가? 낡은 이념적 논쟁을 지양하고 모든 나라가 번영의 길로 가려고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가? 이런 마당에 우리는 누가 한미동맹을 강조하면 수구꼴통이라 하고, 대북한 사과성명 지지하면 좌익빨갱이라 한다. 또, 이도 저도 아니면 원칙과 소신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대다수 원칙과 소신이 없는(?) 국민들은 이러한 이념적 문제에 대해 말하기가 무섭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분법적 이념 논쟁에 휘말리기를 꺼린다. 물론 그들이 소위 보수와 혁신의 이름으로 나름의 주장을 펴는 것은 민주주의사회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이 그들만의 잣대로 다른 사람들을 제단하고 우리의 국익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할 권리는 없다.
 현실적으로 한미동맹과 남북협력이라는 두 축은 어느 하나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우리의 안전과 평화에 미국과 북한은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들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문제를 고려하여 국익에 우선한 냉철한 외교정책을 선택 할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국은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파트너이다. 일본은 미국이 너무 예뻐 제일 먼저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으며, 미국이 가상의 적으로 몰고 있는 중국은 미국이 좋아서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에 협조하고 있으며, 북한은 철전지 원쑤인 미국과 사이가 좋아져 미국과의 외교수립을 간절히 바라고 있겠는가? 이것은 냉엄한 국제현실이다. 이와 아울러 북한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한다. 이제 북한은 적화냐 흡수냐의 상대가 아닌 남북간 서로 상호이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존재이다.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전쟁위협을 없애고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오게 하여 궁극적인 평화적 공존을 위해서는 북한을 우리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교는 냉철해야한다. 막말로 미국에 대들고 싶을 때도 있고, 북한의 행동에 열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감정대로 다 반응한다면 속은 시원해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북한과의 교류는 계속되어야하고 한미공조 또한 굳건해야 된다고 믿는다. 이제는 이러한 대다수 침묵하는 회색분자들(?)의 말에 귀 기울일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남남갈등과 편 가르기의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대통령의 통합적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즉 대통령이 정치적 손익의 차원을 넘어 지도자적, 중간자적 위치에 서서 우리 외교정책의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면서 국민모두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