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남 디딤돌문화원이사장/빛된교회목사
 지난 8월의 날들은 뜨거웠다. 열린 창으로 시원한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뜨거웠던 날씨만큼이나 대통령의 언론에 관련된 발언들에 대한 보도로 신문의 지면들도 뜨거웠다. 대통령의 일부 보수 언론들에 대한 발언이 날씨보다도 더욱 뜨거웠기 때문이다.
 “언론 비판으로 정부가 무너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다”, “언론은 부당하게 짓밟고 항의한다고 더 밟고 맛볼래 하며 조진다”
 자극적이고 살벌한 느낌마저 든다. 노무현 대통령은 5공 청문회 시절을 제외하고는 별로 보수언론의 환영을 받지 못하였다. 정치적으로 성장할수록 오히려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다. 대통령의 주장처럼 왜곡도 많았을 것이다. 보수 언론의 이러한 행태는 노무현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사실이 이러하니 대통령이 되면 보수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했음직하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연이은 발언은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 속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장선에서 야당 의원과 일부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거액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이 나왔다. 현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비상한 각오를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자신의 이러한 대응이 결코 개인적인 싸움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말을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는다. 대통령은 이번 소송에 대해 지난 13일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발언의 요지는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무리 힘있는 언론사라고 할지라도 오보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또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가져가겠다 수준 정도라는 것이었다.
 옳은 말이다. 말은 옳지만 대통령의 이러한 연이은 발언과 소송제기에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노무현은 한 사람 자연인이 아니라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인이 피해 당사자로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소송 인지대 1천1백5만5천원도 대통령 개인부담으로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주장과는 달리 노무현 개인과 대통령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공직자와 공직자 개인의 삶이 분리 될 수 있다는 생각하는가? 개인의 법적인 권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법 이전에 정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법적 권리만을 말한다면 오보에 대한 노무현씨 개인의 소송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직 대통령의 소송 제기를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대통령의 이번 소송 제기는 정치를 법치의 수준을 끌어내린 한심한 일이다. 대통령이 앞장섰으니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치는 사라지고 법치만 남게 될 것이다. 정치는 하지 않고, 법치만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개혁을 할 것이었다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대통령이 되려고 했는지 알 수 없다. 법치만으로 개혁을 하고, 나라를 다스릴 것이었다면 노무현 대통령 말고도 할 사람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역사 속에서, 이 사회 속에서 자행되었던 일부 보수 언론의 잘못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개혁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대통령의 소송 제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역사의 발걸음은 너무나 느린 것 같아서 그 가운데 있을 때에는 변화되지 않는 것 같지만 역사는 변화하고 발전한다. 국민들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면을 빌어 대통령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 스스로 언론 개혁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통합적 리더쉽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개인적 소신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혼자 앞서 나간다면 개혁은커녕 사회적 갈등과 분열만 조장할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더 많이 인내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또 있다. 언론의 개혁은 국민들에게 맡기고 소송을 취하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언론사에 대한 소송은 일부 보수 언론의 개혁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