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경기도 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협의회장)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나보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고 또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모 의원의 활동 내용이 내 휴대폰에 심심치않게 문자 메시지로 들어오고, 어쩌다 집에서 쉬고 있으려면 전화 여론 조사 벨이 울려댄다. 또 모씨가 출마를 준비한다는 둥, 사랑방 좌담회를 가졌다는 둥하는 소문과 함께 지난 3년여간 거의 모습도 보기 어렵던 현직 의원의 지역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지역 언론에 이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선거의 계절을 알리는 발이 불기 시작하는 것이다. 출마자의 변은 다양하다. 지금 출마를 위해 잰 걸음을 걷는 이들의 변도 당연히 다양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내년 4월 선거를 앞두고 또 다음 선거를 의식해 내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다.
본인이 직접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몇몇 도 의원이 내 년 총선을 위해 도의회 일은 뒷전이고 지역구 다지기에 정신이 없고 또 중앙당에 줄을 대기 위해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고사했다는 소문이다. 또 모 자치 단체장은 참여 정부 구성 과정에 민선 시장 6개월 만에 장관 자리로 갈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한동안 술렁거리더니 이번에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지도 모른다고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보니 그 지역에서는 벌써 시장 자리에 욕심있는 여러 사람들이 지역 다지기에 들어 갔다고 한다.
당장 1년여도 안 남은 총선을 위한 도의원의 행보도 문제지만 차기 또는 다음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는 더욱 심각하다. 모 지방자치 단체장은 벌써 다음 선거를 위해 표될 만한 사업에만 손을 쓰는 것은 물론 현 직위를 이용 대규모 조직화 사업을 구상 또는 이미 수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내실을 다지고 지역 주민의 삶을 보듬기보다는 실적 위주 사업과 인기성 사업에 열을 올리면서 말 못하는 소수의 삶과 환경 문제는 엉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모 자치단체장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가기 위해 중앙 언론에 얼굴을 보이는 일에 목숨을 걸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개발 및 투자 유치 등등 중앙지 기사거리가 될 만한 일들을 터트리고 있지만 지난 1년간 눈에 보이는 실적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중앙당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현재 각종 위원회의 위원은 물론 각종 사업소 임명직 자리까지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로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면 소문이 소문만은 아닌 듯하다.
지난 6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틱낫한 스님은 인간이 도를 닦는 것은 다름 아닌 지금?여기에 의식과 행동을 머무르게 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현재 행복하지 못한 것은 과거에 매여 살기 때문이고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도록 하기 때문이라 한다. 굳이 정신 지도자의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아도 지금?여기에 충실하지 못한 정치가가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를 비롯 많은 정치가들이 현직에 충실하지 못하고 더 큰 세상을 위해 현직을 내 던진 결과가 어떤지를 보아 왔다. 설령 지금까지는 몇몇 정치가가 그런 과정을 거쳐 원하던 바를 쟁취했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는 전혀 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지난 대선을 비롯 몇 번의 선거 과정을 통해 볼 때 우리 사회의 시민 의식과 정보화 수준은 수시로 말을 바꾸어 타거나, 개인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후보에게는 예외없는 레드카드를 보내 왔다. 굳이 낙선 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그런 후보는 사이버 상에서 아웃시키고 그 결과는 그대로 표로 이어지는 것을 보아 왔다.
지금?여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정치가에게 국민들은 더 큰 정치판으로 나가길 강요할 것이고 이 요구는 큰 힘으로 그 정치가를 밀어 주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하고 싶은 말은 제발 지금?여기에 충실해 달라는 말이다. 지금 도민들은 하루하루 사는 것이 너무 힘든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정치, 행정인지 중앙 정치인이든, 지방 정치인이든, 시장이든, 지사든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