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바람자리
류인량
  시인/대한불교회 법사

삶은
끝없이 반복되는 오고감이다.
번뇌의 속박에서
풀어지면 떠나는 것이다.
인연따라 모였다가
사연따라 흩어지는
그 바람 자리로...

봄에는
어떻게 피어나냐가 문제이고,
가을에는
어떻게 열매를 맺느냐가 문제이다.
말없이 피었다가
말없이 지는
애초에 없던 그 자리로
고요히 되돌아가는 것이

자연에 순응함이 아니던가
미래에 성급하지 않으며,
현재에 차별하지 않으며,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것 다 버리면
떠나는 괴로움도
없으리라.
삶은
오로지
스치는 바람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