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앞바다 바로알기 탐사-장구도.지도
  <지도·장구도>
 쓰레기매립지는 바다 속에도 있었다.
 2003년 7월12일 장구도 앞 바다. 인천시 옹진군 덕적의 섬무리중 하나인 장구도는 인천항에서 남·서쪽 바깥으로 280여리나 떨어진 조그마한 외딴 섬이다.
 이 곳 무인 섬의 앞 바다가 보여준 겉모습은 ‘인천의 또 다른 세상’이었다. 탐사선을 타고 곧장 3시간여 내달려야만 하는 ‘시간의 무료함’은 이 곳에 닿는 순간 싹 사라져 버렸다.
 “와∼ 인천에도 이런 빛깔의 바닷물이 있네!” 흠씬 밀려오는 감격에 인천앞바다 바로 알기 탐사단원 최혜자(30·여)씨의 탄성은 신음에 가까운 떨림이었다.
 잿빛의 뻘과 뒤섞여 거무튀튀한 진흙탕 물을 우려내는 인천항 앞 바다의 물 빛만 상상해 왔던 그에겐 그럴 법도 한 일이었다.
 하늘 빛인지, 물 빛인지 분간조차 쉽지 않은 눈시린 쪽빛 물결이 장구도 앞 바다에 녹아 있었다.
 바다 속 저 깊은 곳이 거울에 비치 듯 훤히 보이는 깨끗한 물은 ‘동해 바다’가 부럽지 않았다.
 숨이 멎을것 같은 황홀경에 빠져들 무렵, 허공에 욕지거리라도 실컷 퍼부어대고 싶은 처절한 배신감에 넋을 잃고 말았다.
 바다쓰레기수거선인 120t급 ‘환경1호’가 바다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들을 보는 순간 대원사이에는 침통한 침묵이 흘렀다.
 수심 20m의 바다 밑바닥을 긁은 갈고리에 길이 15m는 너끈히 넘을 안강망 그물이 걸려 있었다. 크레인에 끌려 허공에 쳐올려지자 뻘이 묻은 그물은 메스꺼울 정도의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물 등 온갖 쓰레기에 뒤덮힌 바다 밑바닥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뻥뚫린 듯한 황당함의 절정은 바지선에 올라 탄뒤 였다. 20일동안 바다 밑바닥에서 건져올린 쓰레기를 쌓아 둔 그 곳, 바지선은 더도덜도 아닌 영락없는 ‘쓰레기장’이었다.
 그물, 통발, 와이어, 닻… 260t의 폐어구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장구도를 중심으로 172㏊에 이르는 해역에서 건져올린 흉물들이다.
 “7월 말까지 쓰레기 223t을 더 건져올려야 목표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인천시 용역을 통해 바다쓰레기수거·처리사업을 하는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 관계자의 전언이다. 장구도 앞바다 해저에는 건져 올린 만큼의 쓰레기가 쌓여 있는 셈이다.
 같은 해 5월18일 투입돼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울도 앞바다(505㏊)의 침적쓰레기 수거사업을 통해 시는 410t의 폐어구를 걷어냈다. 목표량보다 42t이 더 건져진 셈이다.
 “아니! 인천육지에서 280여리나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에 왠 쓰레기들이 이렇게 많아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탐사대원들이 앞 다투어 울도 앞바다에서 침적쓰레기를 치운 린코마린(주) 최행근(55)사장에게 따지듯 물었다.
 사실 장구도와 울도 해역은 굴업·백아도·문갑·선갑 등 덕적의 섬무리로 둘려싸여 거센 바람에도 잔잔한 파도를 유지하는 곳이다. 때문에 어선들의 피항장소로는 제격이다.
 “바람과 파도를 피해 들어온 어선들이 이 곳에 머물면서 몰래 버린 폐어구들 대부분 입니다” 해양대학을 나와 외항선 승선부터 30년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최씨도 침적쓰레기로 수거사업을 통해 썩어 문드러지는 바다 밑바닥의 처참한 실정을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다.<글=박정환기자, 사진=유재형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