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동부경찰서, 동호회 새바람
 4백여 경찰이 똘똘뭉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경찰조직에 시원한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은 초창기의 풋풋함으로 어설픈 활동 일색이지만 그들에게는 ‘동호회’란 새 바람이 업무에 활기를 더한다.
 현재 인천동부경찰서에 구성된 동호회 조직은 10개. 그중에는 “경찰이 과연 이런 조직을?” 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모임도 포함돼 있다.
 처음 동호회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은 정홍근 서장이다. 지난 4월 부임하자마자 내린 첫번째 지시 사항이 ‘동호회’ 활성화를 통한 직원간 동료애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이 후 매주 수요일을 ‘동호회의 날’을 지정, 기존 체육의 날 행사를 동호회 활동과 병행해 실시하는 한편 직장훈련 평가에 반영하고 있어 모두들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정 서장은 “처음 경찰 조직에 동호회라는 개념이 서질 않아 직원간에 활동 편차가 크게 나타났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먼저 동호회 활동을 챙기고 있다”며 “경찰조직에 만연했던 개인주의가 어느새 사라져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서장이 참여하고 있는 동호회는 ‘탁구사랑동호회’로 계급장을 훌훌 털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작은 탁구공 하나로 직원간 핑퐁 사랑을 실천 중이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특수 직종에 종사하다보니 동호회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매번 반복되는 당직과 야근을 비롯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건·사고의 한가운데 파수꾼 노릇을 하다 보니 가입한 동호회에 결석체크가 늘고 있지만 항상 마음만은 동호회 회원과 함께 있다.
 다음은 동부서에 만들어진 동호회.
 ▲ 등산 동호회=160명이 넘는 막강 인원을 자랑하는 등산 동호회는 그간 연수구 청량산을 비롯해 강화 마니산까지 솟구친 모든 곳은 ‘무조건 잡는다’는 경찰정신으로 등반에 성공한다.
 이 동호회의 터줏대감인 최창학 경무과장은 “힘든 산을 오르며 나이와 계급을 넘어 서로의 손을 잡고 밀고 끌어 주면 어느새 끈끈한 조직애가 느껴진다”며 “굳이 동호회 회원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등산 동호회의 문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축구 동호회=동호회 활성화 정책 이전부터 활동 인원이 100여명에 달할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한 축구동호회는 지방청장배 축구대회 연속 2회의 우승에 빛나는 실력과 연대감으로 동호회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재철 청문감사관은 “진취력과 돌파력을 겸비한 동부서 축구 동호회는 우리나라 어느 경찰 축구팀을 상대해도 천하제일이다”며 자랑을 늘어 놓는다.
 ▲볼링 동호회=스네이크 정이란 별명에 걸맞게 여성·청소년계 정태범 형사는 스핀을 잔뜩 먹인 볼링공을 1번과 2번 핀 사이에 정확히 맞춘다.
 다른 어느 동호회보다 여성 경찰이 많이 포진한 볼링 동호회는 구월동에 위치한 D 볼링장에 수요일마다 모여 자웅을 겨룬다.
 에버리지 180을 자랑하는 이상길 조사계장은 “경기를 마치고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생각나 가입한 열혈여성 회원도 많다”며 “시원하게 넘어지는 핀을 볼 때면 축구나 등산 등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보다 훨신 낫다”고 볼링 사랑을 피력한다.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평평한 아스팔트 길이면 어디든 ‘씽∼씽’ 달리는 이 동호회 회원들간에 나이란 벽은 허물어진지 오래다.
 48세란 나이가 무색할 형사관리계 최영식 경사는 한참이나 후배인 회원들과 모임일이 아니더라도 김밥을 싸들고 인천대공원과 문학경기장 인근지역을 인라인 스케이트에 몸을 싣고 누빈다.
 최 경사는 “젊은층 운동으로 인식됐던 인라인 스케이트는 적은 힘으로도 쉽게 타고 배울 수 있어 중년층에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 동호회=‘동부서 홈페이지는 우리에게 맡겨 주세요’
 이제야 첫 발을 띤 자칭 컴퓨터 마니아들인 회원들은 좀더 효율적인 홈페이지 관리를 위해 업무 시간 외에는 줄곳 모니터를 바라보며 작업(?) 중이다. 하지만 이제 11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에 불과해 활동적인 여타 동호회보다는 그 세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동부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동호회 마스코트 경무계 이윤라순경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동영상이나 태그를 올리는 것부터 전반적인 홈페이지 관리까지 동호회의 어깨가 무겁다”며 “아직은 회원들간 책을 보며 배우는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해커도 잡을 실력을 키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동부서에는 사격, 마라톤, 족구, 테니스 등의 동호회가 활기찬 경찰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주영기자> ljy@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