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결론" 연기 피우나

 내주를 고비로 여권내부의 내각제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하게됐다.

 김대중대통령은 21일 국민과의 TV대화에 이어 22일에는 박태준총재와 주례회동을 갖고, 이튿날인 23일 김종필총리와 「독대」형식의 주례보고를 받은뒤 24일 정권출범 1주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특히 내각제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전망되는 23일 「DJP 독대」에 앞서 금요일 개최를 원칙으로 해온 김대통령과 박총재간 주례회동이 월요일에 갑작스럽게 잡힌 것은 조기에 내각제 문제를 결론지으려는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내각제 문제를 조기에 결론내지 않을 경우 여권이 추진중인 정계개편 및 16대총선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정국혼선과 국정불안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김대통령이 최근 일본신문과의 기자회견에서 밝힌 「DJT 3자협의」의 구체적인 모양새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세사람이 한데 모여 협의를 하기보다는 개별 회동을 통한 의견 절충을 모색한다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일 결과 보고를 겸한 김대통령과 박총재간의 22일 주례회동에서 어떻게 의견이 조율될 것인지 여부가 관심이다.

 지난 14일 한ㆍ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박총재는 18일 김해공항을 통해 귀국, 경주에서 하루를 보낸 뒤 19일 포항 지역구에 들렀다가 포항공대졸업식에 참석, 치사를 하고 귀경한다.

 그는 이번 방일에서 대북정책과 관련, 일본의 지지를 요청하는 김대통령의 친서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에게 전달했으며, 일 정계 지도자들을 만나 재일동포의 참정권 문제 등 한일현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그의 행동반경이 넓어졌으며 김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자민련의 총재이면서도 국민회의와의 여여공조를 강조해온 박총재의 유연한 태도로 미뤄 김대통령과의 22일 주례회동은 신의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는 「순수내각제」 당론을 지지하면서도 내심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총재가 김대통령과 김총리의 중간에서 내각제의 절충형태로 이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개헌 시기도 국민회의측의 「상황변경론」을 은연중 지지하고 있는 박총재가 김대통령의 연내 개헌 불가 입장에 서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박총재와의 주례회동에 이어 열리게 될 김대통령과 김총리의 「독대」는 난관이 예상된다. 내각제 문제에 관한 두 사람의 의견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김총리는 이번 설연휴동안에도 대구ㆍ경북지역의 자민련 지구당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결정된 것은 단 하나뿐』이라면서 연내 내각제개헌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또한 당내 내각제 강경론자들도 16대 총선 등 복잡한 득실계산 하에서 내각제합의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총리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다고 할 수 있다.

 여권 지도부가 내주에 몰려있는 정치일정들을 통해 내각제 문제의 「해법」도출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있다.

〈조태현기자〉

choth@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