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에도 성(性)이 있다
  신 금자(인천여성민우회 대표)
 여성부는 지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책의 성별 영향을 분석·평가할 수 있는 성인지적 예산편성을 추진하며 모든 국가정책예산에 반영되도록 성인지적 예산편성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책 입안 시 남녀의 차이 및 요구를 사전에 판단하여 남녀 모두에게 공평하게 효과가 돌아가도록 정책 수립 및 시행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회의는 각국에 ‘정책의 성별 영향분석·평가 채택’을 이미 권고한 바 있으며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양성평등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성인지적 예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11월 국회에서 ‘성인지적 예산편성 및 자료제출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였고 2002년 12월 여성발전기본법 제10조를 개정하여 정책의 성별 영향분석·평가를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하였다.
 성인지적 예산(Gender-sensitive Budget)은 남녀간의 욕구의 차이를 파악하고, 성별 분리통계 자료 등을 통하여 예산이 양성에게 평등하게 확보되었는지를 분석하는 것으로 여성과 남성의 사회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며 이것이 성불평등과 어떻게 연결되고 성평등관점에서 어떻게 정책적 노력들이 만들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사고방식을 말한다. 특정한 정책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차별적인 영향을 분석하여 성별 역할과 지위, 상태를 평등하게 만드는 변형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성인지적 예산이란 ‘여성’ 혹은 ‘남성과 여성’의 예산이 아닌 국가의 예산편성 및 집행과 관련하여 성별에 대한 직·간접적인 효과와 효율성 및 형평성에 대하여 질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지적 예산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한 프로그램이나 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의 모든 정책에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1987년에 공공기관의 화장실 수를 여성60, 남성40의 비율로 배분하는 것을 입법화하였는데 이 사례는 남녀의 복장, 신체구조, 생리적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화장실의 할당이 달라야만 공평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여성들은 남성에 비하여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수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교통정책은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투자와 접근을 향상시킴으로서 여성들은 혜택을 보게되고 결과적으로 성평등한 교통정책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은 각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여성과 남성으로 태어나서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이 다르다고 배워왔으며 그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왔으므로 사회경제적 경험의 차이와 다양한 남성과 여성들의 이해와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예산편성은 필요한 것이며 궁극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의 평등한 삶의 실현, 양성평등실현을 목표로 한다.
 국가예산은 정책의 실천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정책도구이다. 예산은 정책과 정책에 대한 합의 그리고 우선 순위의 문제들을 결정하고 또 그 예산이 어떻게 모아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예산은 어떤 정책적 선언들보다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정책의 우선 순위를 반영한다. 따라서 예산은 실제의 정책이 어떠한 비중을 가지고 어떠한 항목이 구체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현재의 예산과 정책의 수립방식은 중립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여성과 남성간의 차이나 사회적 역할, 책임, 부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편성, 집행되는 몰성적(gender blind)이라는 전제하에서 성인지적 예산편성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양성평등사회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성인지적 예산분석방법의 도입과 예산의 편성과 실행, 평가의 주요단계마다 성별영향이 필수적으로 고려되도록 해야 한다.
 2004년 예산편성 토론회를 각 분야별로 진행하고 있는 인천시도 여성발전기본법 제10조에 근거하여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예산편성을 점차적으로 도입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와 같은 예산편성을 위해서는 남녀평등의식과 각종 통계의 성별분리작업이 제도적으로 구축되어야 하며, 성인지적 예산편성이 여성 관련부서나 여성공무원만의 역할이라는 인식을 거부하고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공무원들이 남성과 여성의 사회·정치적 관계 등에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성관점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 및 방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불어 정책결정구조의 성대표성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과 성인지적 예산편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천시의 모든 정책에 적용되어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