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의 안전불감증
한 옥 자(경기도 좋은학교 도서관만들기협의회장)
 봄이 되면서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작은 전화 관련 공사부터 하수도 공사, 상수도 공사, 전기공사, 도로 확장 공사, 고가도로 공사, 도로면 개 보수 공사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공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많은 공사를 하면서 보행자나 차량을 위하여 최소한 안전 비상 조치를 할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안내하는 곳은 고속도로를 빼고는 거의 볼 수가 없다.
 항상 퇴근 시간이 늦은 나로서는 불쑥 나타나는 공사 현장으로 인해 가슴을 쓸어 내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밤 11경 쯤 동수원 뉴코아 앞 사거리 불과 100m 전에서 차량이 30분 이상을 지체했지만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교통 경찰은 물론 안내 표지도 전혀 없었다. 앞에서 일어난 상황을 모른 차량들이 언덕 길을 규정 속도 정도로 올라서면 정지된 차량으로 인해 대부분 급 정거를 할 수 밖에 없고 특히 늦은 시간 항상 차량이 별로 없었던 것을 생각해 방심 운전을 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30분 쯤 지체 후 지나면서 보니 아마도 아스팔트 덧칠을 하는 공사였던 것 같다. 전혀 권한이 없는 공사장 인부가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 최소한 사람을 중심에 두는 사회이고, 사람을 위해 하는 공사였다면 한 불럭 전에라도 공사 중이니 우회하라는 표지 정도는 있어야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미시건 대학이 있는 이스트 렌싱까지 차량을 이용 이동하는데 몇 마일 후방에서 도로 공사 중이니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최소한 10번은 나온 듯하다. 그 표지를 보며 운전자는 공사 현장까지의 거리를 염두에 두고 차선과 속도를 조정하게 된다. 현장을 지나며 나는 실소를 했다. 장마로 패인 마지막 우측 차선 보수 공사 중이 었는데 동원된 사람 수나 현장 준비 모습을 보며 이 나라는 이래서 세금을 많이 낼 수밖에 없는 게으른 나라라고 비웃었다. 이 정도 공사라면 우리 나라에서는 팬스를 치고 한 사람이 10m 전에서 깃발을 흔들어 대면될 정도였다. 운전자는 그냥 알아서 지나면 되는 것이고.
일본 동경 시내에서 하꼬네로 넘어가는 길은 우리나라 한계령을 넘는 것처럼 구불거린다. 시내 버스를 이용 이 길을 넘는데 계속 공사 중 표지판과 차량은 속도를 제한해 운행하도록 하는 표지가 나오 있다. 운전 기사는 충실하게 그 규정 속도를 지키고 있다. 공사 현장 몇 m 전인지 모르지만 그 때부터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일이 사람이 깃발을 흔들며 표지판 못 본 운전자를 위해 안내를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그 자리에서도 나는 미국에서와 유사한 생각을 하며 교통비 비싼 탓이 도로공사하며 낭비하는 덕이라고 되뇌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비록 사고가 없는 동안은 불필요한 일이라 여겨지는 이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 해서 우리나라는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도 아직 뇌리에서 지워지지도 않은 우리나라 수 많은 사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참사는 물론이고 천안 초교 축구부 숙소 화재사고, 인천 호프집 화재사고, 씨랜드 참사, 용인 학원 화재 사고...
잘살고 못 사는 나라의 잣대는 년 평균 국민 소득을 산술적으로 비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최소한 내 지역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사람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가 아닐까? 느린 듯 조금은 답답하지만 원칙을 지키고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가 바로서는 사회인지도 모른다. 조그만 노력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하나 제안하고 싶다. 도로 공사 중 표지판 설치 의무에 관한 것이다. 도로 여건을 감안(통행량, 시간대, 규정 속도, 도로 넓이...등등)하여 표지판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어쩜 이 작은 실천이 불행해질 한 사람, 그리고 그 가족, 그가 속한 이 지역사회의 행복을 지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