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근 변호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가계부채 규모 430조원, 국민 1인당 부채규모 3,000만원. 부채공화국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어마어마한 통계수치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의 적정규모가 360조 내지 390조 정도이어서 아직은 심각하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1년 사이 가계부채 증가율이 29%에 이르고 금년에는 가계부채가 5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LG 경제연구소의 전망에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의 45%가 다시 2차 금융위기를 겪었고 그 패턴도 1차 금융위기가 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붕괴이었다면 2차 금융위기는 가계의 파산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붕괴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때다.
 가계부채의 증가원인은 자금의 수요적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투기가 만연하여 주택자금 마련을 위한 자금수요가 크게 증가하였고 신용카드가 남발되고 정부규제개혁위원회가 카드사용한도 규제를 폐지하여 줌으로써 신용카드 부채가 폭등하였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중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카드부채 비율이 각 56%, 19%나 된다는 수치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주택정책을 경기활성화수단으로 사용하여 1998년 주택분양가원가연동제지침을 폐지하여 당시 평당건축비가 213만원, 대비지를 포함하여도 서울시의 평당 분양가가 350만원을 넘지 않던 것이 불과 5년 사이에 평당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게 되었고 1999년에는 분양권 전매금지 제도를 폐지하여 떳다방 등이 활개를 치면서 부동산투기가 극에 달하였다. 2000년도에는 무주택세대주만이 자격이 있던 주택청약제도를 성인남성 모두에게 개방함으로써 일련의 부동산투기가 만연하여 서민들은 주택마련이 요원하게 된 반면 부동산투기에 많은 자금이 투여되어 가계부채도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1999년 카드사용한도제가 폐지되자 1999년 95조원에 불과하였던 카드사용액이 2000년 237조원, 2001년 450조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하였고 미성년자에게도 카드를 마구 발급하여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전체 신용불량자의 과반수를 넘게 되었다.
 한편, 자금의 공급측면에서 보면 금융기관이 리스크가 큰 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피하고 상대적으로 대출금액 대비 담보가치가 안정된 가계대출에 집중하였기 때문이고 작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분식회계로 기업대출을 외면하고 가계대출에만 매달린 탓도 빼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가계부채의 대책은 자금의 공급, 배분적 측면에서는 분식회계를 근절하고 투명한 기업경영을 정착시켜 금융기관이 대출금이 얼마나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회수될 수 있을지를 전망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인위적인 대출규모 축소나 대출금 회수 등을 통하여 금융기관을 살리는 대신 가계는 파산이 속출하게 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않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전산망이 통합되면서 각 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기업의 경우에 부도가 불가피하듯이 갱생의 가능성이 있는 개인채무자들도 파산이 속출할 우려가 있다.
 또한, 사채시장에서는 100%에서 1,000%에 이르는 소위 약탈적 대출이 만연, 회생가능한 채무자들도 바로 파산자를 전락시키는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사채시장의 폐해를 막기 위하여 대부업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되어 등록한 사채업자를 감독하고 등록하지 않고 불법적인 사채업을 영위하는 자를 형사고발 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감독기능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어 있으나 지방자치단체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다. 지금까지 모든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원이 전담하여 왔었기 때문인데, 금융감독원이 16개 지방자치단체의 대부업자 감독담당자를 모집하여 교육, 훈련시키는 작업이 시급히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고리이자 제한, 신용정보보호, 보증, 압류의 제한, 불법채권추심의 제한 등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종합적인 금융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하고 있는 미국,영국, EU 등 선진국들의 추세에 맞추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종합적인 금융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