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br>
▲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

공정성은 스포츠의 생명이다. 그래서 심판 판정이 중요하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남음이 없다. 그런데도 심판의 역할은 '잘해야 본전'이다. 잘해야 본전인 선택은 비경제적 결정이다. 반면 '밑져야 본전'인 상황은 무조건 경제적인 선택이다.

잘해야 본전인 세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KBO리그의 심판은 1군과 2군으로 나뉜다. 프로야구 심판이 되면 처음엔 2군에서 시작한다. 5년 차가 되면 1군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 후 기회가 되면 1군으로 승격한다. 시즌 개막 전 1, 2군이 정해지면 대부분 한 시즌 동안 이 결정은 지속된다.

'KBO 심판위원회'의 심판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하여 총 50명이다. 1군은 5개 팀 25명이다. 한 팀은 팀장을 포함하여 5명이다. 4명은 경기장 심판이며 한 명은 대기심이다. 대기심은 비상 대기조 역할이다.

프로야구 심판의 정년은 만 60세이다. 매년 계약을 갱신하므로 정년 보장의 개념은 없다. 심판의 복리후생으로는 자녀 학자금 지급, 건강검진, 출장비 등이 있다. 2018년 기준 2군 심판의 초임은 연봉 2000만 원 정도이다. 1군 심판으로 진입하면 초임이 3000만 원 선이다. 팀장을 맡는 베테랑들의 연봉은 1억 원대 초반이다. 프로야구 1군 심판의 평균 연봉은 6000만~7000만 원이다.

심판은 경기마다 맡는 위치가 다르다. 심판 로테이션은 3루, 1루, 2루, 구심, 대기심의 순서이다. 1, 2, 3루심은 아웃, 세이프, 체크 스윙, 파울, 홈런 등을 판단한다. 구심은 여기에 더하여 투수 보크, 타격 방해, 파울팁까지 봐야 한다.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 도입 전 구심의 가장 큰 역할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었다. 그래서 구심을 맡는 심판은 전날 경기에서 2루심이다. 2루심 위치에서 스트라이크 존 등을 점검하며 다음 날 경기에 대비한다.

심판의 인사고과는 경기 감독관의 몫이다. 심각한 오심을 범하면 해당 심판의 고과 평점은 낮아진다. 일정 점수 이하면 다음 시즌에는 2군으로 강등된다.

지난 4월14일 NC와 삼성 경기에서 'ABS 판정 은폐 사건'이 있었다. 기계의 선언은 스트라이크였다. 그런데 심판은 볼로 판정했다. NC 감독의 항의에 4심이 모여 논의를 거쳤다. 심판 팀장은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라며 합의된 거짓을 종용했다. 오심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이 음성을 통해 확인되었다. 사건이 커지자, KBO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심판 3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았다. 이 중 한 명은 2500경기 이상 출장한 베테랑이다.

심판이 빠져나갈 방법이 정말 그거밖에 없었을까? 오심을 인정했으면 최소한 명예는 지켰을 것이다. KBO의 최고 심판으로 인정받았던 이규석 심판은 은퇴 후 “완벽하게 심판을 본 시합이 없다”라고 했다. 지나친 겸손이자 심판의 어려움을 토로한 고백이다. 가장 좋은 심판은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심판이다. 그래서 심판은 정말 잘해야 본전인 직업이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