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병구 인천석남중학교 교장
▲ 임병구 (사)인천교육연구소 이사장

때마침 벚꽃이 지천인 계절이라 투표와 꽃놀이를 잇는 말들이 무성했다. 사전 투표하고 꽃구경 가자거나 SNS에 투표 인증과 꽃 사진을 함께 올렸다. 저마다 만개한 봄꽃 소식처럼 환한 선거 결과를 기대했을 테지만 인천의 승부는 한쪽으로 쏠렸다. 신설한 서구병 지역구에서 의석수를 늘린 민주당이 21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완승과 참패라는 구도가 향후 우리 정치 향방을 좌우하겠고 그럴수록 인천을 돌아볼 시야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선거 과정을 복기하는 여러 담론 중에서 지역에 천착한 분석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권 심판론'이라는 태풍 앞에서 인천 현안을 살리려는 노력은 맥을 못 췄다. 꽃을 떨군 나무를 보듯 바람이 지나간 인천 선거를 냉엄하게 돌아볼 때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국정 운영 견제와 시정부와 시의회가 주축인 지방 자치는 생활 밀착도에서 차이가 있다. 의제 설정 방식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서 차별성이 보여야 한다. 인천경실련이 날카롭게 비판한 총선 공약 우려먹기는 지역 의제에서 차별성이 없는 선거에 대한 문제를 환기한다. 20대, 21대를 거쳐 22대를 앞둔 국회가 인천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 전략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해 온 과정을 따져 물었다. 전국 이슈와 인천 현안을 동시에 들여다보면서 현실성 있는 해법을 만들어 내는 정치 효능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인천시당의 정책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짚어보면서 지역에 천착해 유능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경로를 숙고해 봐야겠다.

여야가 다르지 않게 공천 과정과 결과에서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한 인재를 우대한 흔적이 약하다. 국회의원이 활동해야 할 무대가 전국에 걸쳐있고 지역 정치와 다른 특성이 있다 해도 정치신인이 등장하는 배경에 인천이라는 지역성은 필요 조건이다. 인천 시민사회가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던 인물들을 천거했지만 중앙당 인재영입 인사들에 밀렸다. '낙하산'이라는 비호감 표현과 함께 인천 지역구에 등판했다가 선거 후 사라진 인물들을 시민들은 경계한다. 14개 지역구 중에서 인천에서 기초의원과 시의원, 자치단체장 활동을 하며 능력을 입증한 정치인 몫을 할당하거나 비례 순위에 넣어 경험을 넓힐 무대를 제공해 주길 바란다. 평소 인천에는 이 당 저 당이 아니라 '인천당'이 필요하다는 지역 원로들 고언을 제도로 수렴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

인물과 지역이 겉돌다 보면 공약도 지역과 괴리되어 빈약하다. 총선 교육 공약을 집중하여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 지역구 당선인 중에서 세 명은 아예 교육 관련 공약이 없다. 지역 교육에 대한 단 한 줄의 약속 없이도 당선증을 받을 수 있는 선거는 기이하다. 해당 지역 교육 현실을 떠올리면 현안이 없을 리 없는데 유권자들 관심사를 파고들지 못한 채 선거를 준비하고 치렀다는 방증이다, 흘러간 옛 노래 같은 명품 교육 타령에서는 여야 간 정책 변별력을 찾을 수 없다. 인천의 전망과 미래 교육을 연결해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는 공약도 없다. 인천의 섬과 해양 환경 생태 문제를 교육에 반영하면서 지근거리 중국을 시야에 넣거나 서해바다 평화를 강조하는 교육이야말로 인천이 살 길이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과 청년이 의제에서 사라졌다는 게 중평이다. 인천을 일러 노동자의 도시라고 하는데 소수 진보 정당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였으리라. 지역에서 만들어 내는 정치연대를 통해 진보 의제를 키우고 진보 정치인에게 길을 터 준 경험이 인천에는 남아 있다. 청년 정치인을 발굴해 지역에서 성장하게 보듬는 인천 정치의 역동성도 우리는 봐 왔다. 여야 거대 정당과 소수 정당이 공생하는 인천판 연정으로 국정에도 새로운 자극을 주는 정치 실험이 인천 한 지붕 아래 활성화하기를 바란다.

/임병구 (사)인천교육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