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봄이 찾아온 것을 느끼셨나요?

하루하루 그 소식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어느 날 '따뜻하다'라는 느낌을 받으니 바닥에 초록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날 남동유수지 저어새는 여러 마리가 도착을 알리는 날이었지요. 봄바람을 타고 날아든 저어새는 멋진 번식깃을 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느라 매우 분주합니다.

봄처럼 누군가 같은 시기, 같은 곳을 찾아온다는 것은 늘 그런 당연한 일들일까요? 요즘처럼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느끼는 시기에는 당연하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로 시작되는 이 문장에 '사람' 대신 자연의 이름을 넣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봄까치꽃, 냉이꽃, 꽃다지, 꽃마리, 개나리, 진달래….

저는 저어새를 넣어 보았습니다. '저어새가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 /저어새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내마음이 그럼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마음을 생명을 가진 자연으로 생각해 보니 저어새를 더 귀하게 여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짧은 시지만 지구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을 하나씩 대입해 본다면, 어느샌가 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봄 햇살처럼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과거 미래 현재가 함께 오는 일생. 지금 저어새 생태학습관에서는 저어새의 과거, 미래, 현재를 만나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4월9일~17일(9일간) 동막역 인천시교육청 인천평생학습관 전시실에서 인천광역시 저어새 생태학습관과 인천평생학습관이 기획한 '도시섬 멸종위기1급 저어새와 친구들 Story' 사진전에 오셔서 저어새를 환대하는 마음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 &amp; 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br>
▲ 김미은 저어새 생태학습관(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

/김미은 저어새 생태학습관(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