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명 문화 지킴이와 연구·조사
활동 공적 인정…문화재청장 표창
올 '만년제 표석' 문화재 지정 목표

“비지정 문화재는 가치가 없다고 많이들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반드시 찾아내는 게 있는데 대부분 거기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거죠.”

지난 25일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경기·인천거점센터 '수원지기학교'에서 만난 김희태(사진) 이사는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이사로 임명된 그는 2018년 개소한 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하다. 역사문화연구소가 2021년부터 문화재청의 민·관 협력 사업인 문화재지킴이단체로 승인을 받으며, 70여명의 문화재지킴이들과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연구와 조사, 홍보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그는 “역사문화연구소는 최소한 보호받아야 할 문화재에 관심을 가져 문화재로 지정하고, 더 나아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까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꼭 문화재로 지정하지 못하더라도 걸맞은 가치를 부여하며 관리의 영역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 외금양계비는 역사문화연구소의 이런 활동이 성과를 낸 사례 중 하나다. 왕릉 관련 금표 중 유일하게 실물로 남아있는 외금양계비는 2004년 존재가 확인된 이후로도 오랜 시간 비지정 문화재로 방치돼 오다, 지난해 8월 화성시 향토문화재로 지정됐다.

김 이사와 역사문화연구소가 2018년부터 외금양계비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조사, 연구 자료를 집대성하며 실제 문화재 지정까지 이어졌고, 김 이사는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문화재지킴이 활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문화재청장 표창을 받았다.

그는 “비지정 문화재는 우리 지역에 있는지조차 몰라 방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관심을 갖지 않으면 가치 높은 문화재가 언제 없어져도 알 수조차 없다”라며 “이런 관심은 관에만 의존할 수 없고, 민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누구나 교육을 받으면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할 수 있으니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혹 문화재 지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에 대해선 “향토 문화재 정도 성격에선 재산권 침해가 전혀 없다”며 “문화재로 지정되면 보호구역이 설정돼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식의 오해가 문화재 지정을 거부하기도 하는데, 그런 오류를 바로잡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비지정 문화재에 관심을 가진 그가 올해 활동 목표 중 하나로 꼽은 건 '만년제 표석'의 문화재 지정이다.

현재 화성시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만년제 표석은 정조 능행길에 세워진 지지현 표석 중 하나로, 그 의미와 상징성이 남다르지만 아직 문화재 지정은 되지 않은 상태다.

김 이사는 “수원과 의왕의 경계인 지지대부터 사도세자의 무덤이 있는 현륭원, 용릉까지 길에 세운 표석과 장승들은 문화재로 지정이 돼 있는데 만년제 표석만 지정이 돼 있지 않다”며 “화성시에 남아있는 또 다른 표석, 안녕리 표석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는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조 능행차는 매년 관련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 후, 현장에 복제 표석이라도 세워두면 그 가치를 살리고 관심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화재 보호에 대한 교육도 시행하며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보호하고 활용하기 위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