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시니어모델로 런웨이 서
돈으로 기회 만드는 관례에 도전장
“당당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역할”

25살 무렵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낯선 땅인 인천에 터를 잡았다. 아이들 입히고 먹이기 위해 젊은 날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하나둘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들. 이제는 나의 울타리를 벗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 들었을 때, 그간의 기나긴 세월을 말해주듯 새까맣던 머리는 하얗게 세어 있었다.

평범하기만 했던 어느 날. 무심코 바라보던 TV 화면 속에는 나와 비슷한 연배, 그러나 아이처럼 해맑고 행복한 웃음을 머금은 이들이 런웨이를 거닐고 있었다. 내 나이 예순둘. 그날 이후 나는 시니어모델로서의 삶을 결정했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 트라이버시티 모델학과에서 시니어모델을 양성하고 있는 박수이(68·사진) 교수는 우연찮은 기회에 시니어모델계로 발을 들였다.

벌써 5년 넘게 모델로 활동하며 크고 작은 패션쇼에 서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모델학과 학생들과 그 인연으로 창립한 인천문화예술협회 회원들이 함께 무대를 채운다.

“시니어 시장이 생각과 다르게 깨끗하지 않았어요. 패션쇼에 서기 위해서는 돈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빈번했죠. 우리는 그런 관례를 깨고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놀이터'를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 소식이 있으면 먼저 찾아가 의미 있는 시니어모델들의 패션쇼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해요. 한 달에 한 번씩은 모델분들과 재미있게 패션쇼에 서고 있어요.”

시니어모델들은 45세부터 70세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대부분은 퇴임을 앞뒀거나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결정한 이들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료한 삶에서 신선한 에너지와 열정 가득한 인생의 새로운 터널 하나를 지나는 중이다.

“워킹을 연습하고 패션쇼에 오르는 일련의 과정 모두가 우리에겐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이에요. 무대 위를 누비는 당찬 걸음처럼 우리의 앞날도 멋지게 걸어나갈 겁니다. 80세에도 멋진 시니어로, 할머니로 살아가길 기대하고 있어요. 모두가 행복하고 당당하게 늙어가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