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규 시의원, ‘포천세무서 이전 부지 매각’ 포천시장 사과 요구

지역에선 “매각 승인해 준 무능하고 무책임한 의회가 사과해야”
▲ 김현규 시의원이 포천세무서 이전 부지 매각과 관련 백영현 포천시장한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포천시의회 영상 캡쳐

“(포천시 땅) 매각을 일주일 남기고 의회에 통보해 책임을 떠넘긴 행위에 대해 (본회의장) 의회에서 사과하라.”

김현규 포천시의회 의원이 지난 19일 제177회 임시회 2차 본회의 때 ‘포천세무서 청사 부지 매각’과 관련 백영현 포천시장한테 건넨 말이다.

이날 두 사람은 포천세무서 이전을 놓고 질문과 답변을 오가며 무려 40분간 열띤 공방을 펼쳤다. 때론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포천문화관광재단 본부장 채용과 교육발전 특구 시범지역 탈락을 놓고도 40분간 질의·응답이 오갔다. 총 90분이 걸린 2차 본회의에서 80분 동안 얼굴을 마주했다.

오랜 시간 공방을 이어갔지만 문제가 될만한 새로운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시정 질문은 뚜렷한 성과 없이 서로 감정만 쌓인 채 끝났다.

김현규 의원은 “지역의 장래와 시민 이익은 뒷전으로 한 채 오직 포천세무서 입장에서 졸속으로 시의 공유재산을 매각했다. 이러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면서 “세무서 이전 부지 매각을 효율적인 재산관리로 둔갑시킨 집행부의 기만과 주민 무시를 참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거는 앞으로 시가 부담해야 할 대가에 대해 집행부 그 누구도 시민 앞에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멀쩡한 시설 철거로 수억 원의 시민 혈세를 허공에 날리게 된 것도 억울하다. 국유지 대부료, 용역비, 대체시설 조성비 등 앞으로 치러야 할 수십억 원의 대가를 생각하니 포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면서 백영현 포천시장을 ‘포천세무서 2중대를 자처한 집행부의 수장’이라고 비판했다.

포천세무서 이전은 정부의 청사수급계획 확정과 국회의결을 거쳐 오는 2026~2027년 사이 기본·실시설계를 한 뒤 2028년 착공에 들어간다.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장소는 소흘읍 송우리 726-1번지 일원 공공청사 부지로 포천시가 소유한 땅이다. 현재 이곳에는 주차장과 체육시설이 들어선 상태다. 매각 대금은 약 145억원이다.

그러나 포천세무서 이전 부지 매각을 놓고 찬반여론이 거셌다. 지역에선 포천시의회가 어떻게 결정할지 귀를 기울였다.

의회는 지난해 12월 시가 제출한 시유지 매각 동의안을 부결했다. 그런데 서과석 의장이 부결한 사항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부결한 사항을 본회에 상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표결에선 서 의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소속 안애경·조진숙, 임종훈(무소속)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포천세무서 청사 부지 매각 동의안은 통과됐다.

이후 소흘읍 주변 거리 곳곳에 각종 단체에서 내건 포천세무서 이전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런 와중에 김현규 의원은 제177회 임시회에서 ‘포천세무서 이전 부지 매각 후속 절차’와 관련 시정 질문을 통해 백영현 시장 흠집 내기에 앞장섰다.

보충질의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세무서로부터 각종 행정·재정적 문제에 대해 문서로 약속받았는지 집요하게 추궁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 사과까지 요구했다.

백 시장의 얼굴은 화난 표정이었다. 포천세무서 청사부지 매각 동의안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를 지켜본 공직자와 시민들은 의회에서 승인 가결한 사항을 김현규 의원이 또다시 꺼내 들자 납득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시민은 “의회가 승인해 줘 포천시 땅을 매각했는데 포천시장이 왜 사과를 해야 하냐”면서 “표결까지 해서 승인해 준 무능하고 무책임한 의회가 사과하는 게 맞다. 이럴 시간 있으면 현장에 나가서 민생을 챙기는 의회가 되라”고 비꼬았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