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후 7년 만에 개정판 출간
이옥선 할머니 생애 그려내
▲ 풀 : 기억해야 할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 김금숙,창비, 484쪽, 2만3000원

 

“바람에 스러지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전쟁의 폭력과 트라우마에 맞서 싸운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담은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 : 기억해야 할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가 2017년 초판 발행 후 7년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국제만화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하비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고 아이즈너상 3개 부분에 후보로 지명되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며, '위안부'의 실상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생애를 그렸다.

김금숙 작가는 취재를 위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있는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집을 찾아간다.

여러 차례 방문 끝에 이옥선 할머니를 인터뷰하게 되지만, 할머니는 “일본이 나빠. 아베가 사죄해야 해”라는 말만 반복하며 좀처럼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제자리를 맴도는 대화에 지켜갈 즈음, 할머니는 가까스로 곡진한 인생사를 풀어놓는다.

옥선이 증언하는 '위안부' 생활의 실태는 생생하고 잔혹하다. 하지만 할머니의 고통을 들추는 장면들은 직접적인 묘사 대신 수묵화처럼 짙은 먹을 사용해 나무나 바람 같은 이미지로 그려진다.

김 작가는 폭력의 실상을 그 자체로 재현하는 것이 도리어 피해자들에게 다시금 고통을 가하는 일이라고 봤다.

이번 책은 '위안부' 피해자를 수동적으로 그리는 기존 시각을 넘어서,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로 살아가는 주체적이고 현재적인 존재로 나타냈다.

김 작가는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풀>이 대한민국에서 3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지구 반대편, 중남미에서 그렇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는 진심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젊은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고맙다고 할 줄 몰랐다”며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입니다'라는 그들의 말에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