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여러 도시가 과학고 설립을 추진 중이다. 부천시와 부천시교육지원청, 부천고 등이 '과학고 전환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달 중 경기도 교육청에 설립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천시의회도 최근 '과학고 설립지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고양시와 시흥시도 지자체가 앞장서서 과학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화성시와 용인시의 총선 후보들도 과학고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 도시가 과학고 설립 경쟁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12월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내에 4곳 이상 과학고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인구 1400만명에 이르는 경기도의 과학고는 경기북과학고(의정부) 한 곳뿐이고,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수원)을 합치더라도 '우수한 과학영재'들의 교육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지자체들이 과학고 설립에 적극적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교육열이 과도하게 높은 한국에서 명문 특목고는 존재 자체로 지역 위상을 높일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좋은 학교가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든다'는 명제나 과학영재 교육수요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바 없어도, 일단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과학고가 입시경쟁을 부추겨 교육현장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반론이 진작부터 제기되어 왔다. 과학고가 늘어나면 과학고 진학을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게 뻔하다. 과학영재냐 아니냐가 아니라 누가 더 사교육비를 많이 썼느냐가 합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과학고 운영에는 일반고교보다 3~4배 많은 지원이 이뤄진다. 과학고를 다닌 학생들의 의대 진학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그 비율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과학고 추진이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정치인들이 한쪽 측면만 부풀리더라도 교육 관점에서 전체 균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과학고 추가설립이 교육 전반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따져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부작용에 대한 대책까지 패키지로 함께 내놓아야 과학고 설립추진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