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소방재난본부의 119구급대 조직개편에 대한 내부반발이 거세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21일부터 구급대의 소속을 119안전센터로 하고, 안전센터장이 소방관과 구급대원을 통합 지휘하도록 한 데 대해 구급대원 대부분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구급대원은 내부 게시판에 “구급대 폐지는 국민 생명에 악영향을 끼칠 정책이며 현장 구급대원의 사기를 저하하는 나쁜 정책”이라고 썼는데, 구급대원 대부분이 이에 동의하는 듯하다. 우리 역시 이번 개편에 대한 구급대원들의 반발에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소방활동과 구급활동은 별개의 전문영역이다. 1982년 전국 소방서에 구급대가 조직된 이유도 소방과 별도로 구급 조직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방서 내에 소방대와 구급대가 같이 근무하기는 했으나,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구급대의 독자적 활동영역과 출동빈도는 더욱 높아졌다. 현재 수도권 119안전센터의 경우 구급대원들은 구급대장의 지휘를 받는 게 원칙이다. 경기소방재난본부의 조직개편은 이걸 뒤집어 소방관과 구급대 모두 안전센터장이 지휘하도록 했다. 구급대의 전문성과 독자성을 더 확대해도 시원찮을 시점에 조직과 지휘체계를 거꾸로 바꾸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지난달 자랑스럽게 밝힌 통계자료를 보면, 구급대가 지난해 84만6500여회 출동해 48만1400여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37초당 1회, 66초당 1명을 꼴이다. 당연히 구급대원은 촌각을 다투는 위급상황에 대처할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조직을 개편할 경우 출동할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화재진압 전문가인 소방관을 구급차에 동행시키는 상황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소방관은 운전 등 보조업무에만 투입하겠다는 게 소방재난본부의 설명이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구급대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을 게 분명해 걱정된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이제라도 조직개편을 다시 검토해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철회하기 바란다. 적어도 도시 지역은 119구급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