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백남준 아트센터서 전시

'과달카날 레퀴엠'전쟁 참상 보여주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대응 미래 조명
▲ 오는 21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

위성을 활용한 비디오 아트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평화의 가치를 외쳤던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그의 기념비적 생방송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이 오는 21일부터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박남희 관장 취임 이후 여는 첫 전시인 이번 특별전은 백남준이 지향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며 과거의 장면을 통해 현재를 마주하는 '일어나 2024년이야!'와 동시대 작가 9인이 참여해 백남준 이후 40년을 잇는 새로운 쌍방향 소통 방식과 평화와 예술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빅브라더 블록체인' 2개로 진행된다.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1월 1일 미국과 프랑스, 한국, 독일 등지를 연결해 생중계한 라이브 쇼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1949)에서 바라본 암울한 감시 사회에 대한 그의 답변을 담은 작품이다. 당대 손꼽히는 예술인과 대중음악 가수들이 협력한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다.

먼저 1층 제1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일어나 2024년이야!' 특별전은 미래 사회에서 기술이 결국 시공간을 초월한 연결과 소통을 만들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 평화로 나아가게 만들 거란 그의 믿음이 잘 드러나 있다.

▲ 백남준, ‘과달카날 레퀴엠’(1977)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첫 번째로 마주하는 '과달카날 레퀴엠'(1977)이 대표적이다. 2차 세계대전 격전지 중 하나였던 과달카날 섬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이 작품은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첼로를 연주하는 평화로운 퍼포먼스로 더 이상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백남준의 갈망을 담기도 했다.

백남준의 마지막 위성 작품인 '세계와 손잡고'(1988) 역시 백남준이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만남과 공존의 가치를 조명한다. 또, 쌍방향 예술의 비전을 잘 보여주는 '로봇 K-456', 'TV 첼로', 'TV 부처', '칭기스 칸의 복권' 같은 조각·설치 작품들도 관객들이 화합과 평화를 고집한 그의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얼터너티브 K-POP 그룹 바밍타이거와 미술 작가 류성실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는 백남준의 위성 아트 이후 동시대 아티스트의 새로운 쌍방향 소통 방식을 제시한다.

▲ 삼손 영,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2022)
▲ 조승호, ‘은신처’(2024)
▲ 조승호, ‘은신처’(2024)

같은 맥락에서 2층 제2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현대 미디어 작가들의 커미션 작품을 선보이며, 기술과 정보 통제에 대항하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대안적인 미래를 전망한다. 뉴욕과 파리를 연결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사회자에 주목해 디지털 세계의 감시와 착취를 비판한 홍민키 작가의 '라이브 방송 중 해킹단한 BB?!??'를 시작으로, 로리 앤더슨이 공연한 비행기 에피소드에 영감을 받은 장서영 작가의 '터뷸런스', 빛을 통해 보이는 세계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한 권희수 작가의 '나선 필름' 등이 전시된다.

기후위기의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는 HWI(휘) '너의 전생', 현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데이터 기반 가상세계를 표현한 히토 슈타이얼 '태양의 공장',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삼손 영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 기술환경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 조승호 작가 '은신처',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 공연 예술의 미래를 제시한 이양희 작가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원룸을 표면화해 VR의 매체성을 보여준 상희 작가 '원룸바벨' 등도 눈길을 끈다.

▲ 히토 슈타이얼, ‘태양의 공장’(2015)
▲ 히토 슈타이얼, ‘태양의 공장’(2015)

박남희 관장은 “조제 오웰의 미래였던 1984년과 백남준 선생의 길이었던 2024년, 40년에 걸친 시간을 한꺼번에 마주하고 관통하고 시간과 차원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며 “현재의 기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특히 예술가들이 미래에 대해 대안적으로 말하는 모습들을 의미 있게 보시며 전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내년 2월 23일,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오는 8월 18일까지 열리며, 다채로운 연계프로그램과 배우 황석정과 김신록이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로 특별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