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무회의 주재 “매년 국민이 의사 눈치 살펴야 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냐”

“증원 늦출수록 국민에 피해 돌아가”…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위 내달 출범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의료개혁이 바로 국민을 위한 우리의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환자의 곁을 지키고 후배인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또 스승으로서 본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전공의들이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데 이어 일부 의대 교수들과 개원의들까지 동참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표한 의료개혁 방안들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 모든 대책은 우리 정부가 홀로 마련한 것이 아니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이고, 정부와 함께 논의해 온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 증원을 위한 논의 역시 꾸준히 계속해 왔다”면서 “정부는 의사협회와 전공의단체에 의사 증원의 적정 규모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월 공문까지 보냈지만 의사단체들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 추이를 고려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각국은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의사 인력을 꾸준히 늘려온 반면, 우리나라는 27년간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며 “오히려 2000년 의약분업으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51명이나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 ‘단계적 증원’ 내지 ‘증원 결정 연기’를 주장하는 데 대해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나중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증원이 필요해질 뿐만 아니라, 매년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의료 대란과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매년 국민들이 의사들 눈치를 살피면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비급여에 집중하는 의사와 필수 중증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 사이에 보상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가 늘면 이러한 불균형도 해소될 수 있다”며 “필수의료, 중증의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의사, 간호사, 병원 관계자, 환자, 가족, 전문가들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오는 4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대표, 전문가들과 함께 의료개혁 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