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하게 꺾인 '베르사유의 장미'

가장 화려한 삶에서 비극적 결말로

우리가 꿈꾼 정의는 무엇인가 물음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사진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사진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으나, 가장 비극적인 결말로 생을 마감했던 그녀. 프랑스의 시대상과 대비돼 더욱 옳다고 여겨졌던 그녀의 죽음과 과정이 과연 정의롭기만 했을까에 대해 의문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13일 올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그랜드 파이널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람했다.

뮤지컬 속 마리 앙투아네트는 호화롭게 파티를 즐기며 일상을 살아가지만, 시민들은 당장 한 끼 때울 빵조차 없어 굶주림에 시달린다.

허구 인물인 빈민 마그리드 아르노는 사치스러운 왕가와 귀족의 삶에 분노하고, 권력을 쥐고 싶어 하는 오를레앙 공작은 마그리드 아르노에게 접근해 그의 분노를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한다.

이들은 국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다는 음모를 퍼트리고, 그 말을 믿은 시민들의 분노는 눈덩이가 되어 그녀를 법정에 세운 뒤 끝내 단두대에서 처형한다.

▲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사진.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사진.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사진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이번 뮤지컬에서는 그동안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각적으로 다룬다.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왕비임과 동시에 자식과 관련한 모함에 심장이 찢겨나갈 듯한 절규소리로 공연장을 채우는 모성애 강한 어머니 마리의 모습을 조명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가 서로를 대하는 감정선의 변화도 이번 뮤지컬의 관전 포인트다.

좁혀지지 않을 듯한 간극과 날카로운 증오가 공통된 기억 속 노래를 통해 서서히 사그라지며, 후반부에는 연민의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들의 삶이 불평등함을 깨달은 시민들이 분노하며, 고귀한 가치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나가는 장면은 웅장하고 비범하다. 그들의 혁명은 자유와 정의를 이루기 위한 선(善)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귀결점까지 이르는 과정에는 사실 아닌 악한 거짓이 들끓고 있음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낙원을 꿈꾸게 해. 내가 원하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분노, 증오, 저주. 피 냄새를 맡게 해. 이게 바로 세상을 지배하는 법.” 오를레앙 공작의 넘버 '세상을 지배하는 법'을 통해 이를 더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작품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 권력을 위해 음모를 꾸민 오를레앙 공작, 그의 손을 잡고 자유와 정의를 외친 마그리드 아르노와 시민들. 그리고 2024년에 머무는 우리.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